SC제일은행, 배당 또 펑펑…"선진금융은 쥐뿔, 주담대 비중 85%"
SC제일은행, 배당 또 펑펑…"선진금융은 쥐뿔, 주담대 비중 85%"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3.17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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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잔치 비판 아랑곳…SC은행 이사회 '무풍지대'
가계대출 비중 75%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커
나머지 21% 기업대출도 대기업에 60.5% 편중
구 제일은행 본점(한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서울시 중구 충무로 구(舊) 제일은행 본점(한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의 1층 로비와 객장 전체 모습이다. (사진=2015.5.26.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은행을 향한 '돈 잔치' 비판에 금융당국이 과도한 배당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현직 은행장 연임 이슈가 걸린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모두 보란듯이 배당확대를 확정했다. 특히 집권 9년차인 박종복 체제의 SC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내주는 손쉬운 이자장사 경영전략만 견고히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주택담보·대기업 편중해 이자는 팍팍 벌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전날 정기이사회를 열고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 올릴 결산 현금배당을 1600억원 규모로 의결했다. 

현금배당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이고,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5% 늘어난 3901억원이므로, 당해 배당성향은 약 40%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배당금은 사실상 전액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주총에서 배당액을 확정해 100% 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으로 송금하는 식이다. 

하지만 막대한 이자이익을 올린 뒤 성과급·퇴직급여·배당확대 등 '돈 잔치'에 나서는 은행을 바라보는 당국이나 국민들의 시선은 굉장히 곱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6일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며 원칙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유지는 물론 주주 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도 고려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당부도 해둔 상황이다. 

이 가운데서도 배당액을 늘린다(이자이익 급증으로 배당성향은 하락)는 SC제일은행의 경우 지난해 이자이익은 1조2287억원으로 전년보다 21.5%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2487억원으로 전년(3201억원)보다 22.3%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은 자산관리부문 등에 의한 이익창출력 보완이 인정되나, 그 변동성은 전반적으로 높게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한국신용평가의 평가다. 

더 큰 문제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에 의지해 살아난 뒤 외국계 금융사에 인수될 당시 국내 은행권에 선진금융을 심어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SC제일은행은 박종복 행장 집권 아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로 편중, 기업대출 역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대출로 편중 등 소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영업 행태를 반복,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료=은행연합회에 공시된 SC제일은행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금감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취합)
(자료=은행연합회에 공시된 SC제일은행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금감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취합)

현재 SC제일은행은 '주인(대주주)'이 있는 외국계은행이지만, 유사시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SC제일은행 무보증 사채에 최고 신용등급(AAA~D)인 'AAA'를 부여한 평가 보고서에서 "동 증권의 신용등급에는 계열과 정부로부터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각각 1 notch(노치)씩 uplift(등급 상향) 반영돼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원화대출금 중 가계대출 비중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약 75%에 달한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85.2%에 달한다. 나머지 약 21%에 불과한 기업대출마저도 대기업대출 비중이 약 61%에 달한다. 이는 SC제일은행이 구조조정 당시 중소기업 대출 등 고위험여신을 축소하고 주택담보·대기업 대출 위주로 자산구성을 재편한 결과로 지난 몇 년간 동반 우상향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 여신이 강했던 제일은행이 외국계 금융사에 인수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지난 수 년 SC제일은행은 기업 관련 선진금융보다는 가계대출, 주담대로 손쉽고 안전하게 장사한다는 경영전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자료=한신평)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평균 원화대출금(은행간 대여금 제외 기준) 차주별 비중은 기업대출 49.6%, 가계대출 49.3%, 기타 1.2%며, 기업대출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85% 이상임. (자료=한신평)

■ '충복'의 연임 가능성 높이기 지적도   

다른 주요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732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배당을 확정한 뒤 4월 중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9년 652억원, 2020년 465억원을 배당했다. 다만 씨티은행은 작년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으로 약 7900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배당을 하지 않았다.

현재 두 외국계은행의 공통 현안으로는 은행장 연임이 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오는 10월 말 임기가 만료되고,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내년 1월 7일 임기가 만료된다. 유명순 행장은 연임 도전 시 첫 도전이지만, 박종복 행장은 이미 국내 현직 은행권 최장기 집권 중으로 2015년 1월 처음 취임해 2018년 1월 연임, 2020년 8월 이사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선출로 3연임을 확정지었다.

특히 박종복 행장은 과거 2연임을 확정짓는 2017년 12월까지 임추위에 자리를 잡고 자신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에 스스로 찬성표를 행사하는 '반장선거'를 시전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와도 거리를 두고 연임 의지를 드러냈기도 했다. 2021년 기준 사회공헌금액은 113억원(전년 대비 -58억원) 규모로 관련 지출을 특출나게 많이 하는 은행도 아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연합뉴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연합뉴스)

SC제일은행은 이번 배당이 일상적인 경영 관점에서 결정됐고 자본비율도 국내외 감독당국의 규제요건을 상회한다는 입장이지만, 외국계 주주 앞 배당의 크기와 은행장 연임의 연관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당국의 상생금융 강조를 차치하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서민 취약차주 등에 대한 신용평가역량을 높이는 경영은 허가산업인 은행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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