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은행 약탈적 영업…배경엔 독과점 환경"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 약탈적 영업…배경엔 독과점 환경"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2.18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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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방식 및 시장 구조 등 비판
최근 사회공헌 대책엔 "3년 후 금 송아지 아닌 당장 물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월 26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월 26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다시 한 번 쓴소리를 내놓았다. 특히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들이 있었다"고 크게 비판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먼저, 은행들이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방식을 질타했다. 이 원장은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 창출 이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원장은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들이 있었고, 그게 지금 정점에 와 있는 것"이라며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그 주된 배경엔 독과점적 시장 환경이 있다"고 문제의식을 밝혔다.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이 원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금융 상품들이 계속 대동소이하다"며 "그런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졌는데도 은행들은 수십조 이익을 벌고 있고 그 이익의 사용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문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은행권이 발표한 3년간 10조원 규모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 대책에 대해선 "3년 후 금 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며 "은행권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다는 측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 과점체제 개선 및 경쟁체제 강화 등 시장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자는 게 기본적인 스탠스"라며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 다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 은행 간에도 조금 더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4대 금융지주 간의 실효적 경쟁이 어느 정도인지, 은행을 예로 들면 지방은행이나 인터넷, 외국계 은행과 실효적 경쟁이 일어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쟁 조성 방안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설립과 관련해 이 원장은 "종전의 금융체계와 궤를 같이하지 않는 측면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빅테크의 활동 범위를 늘리는 방안은 적절치 않다는 게 오늘 회의 내용 중 하나였다"며 "한편으론 빅테크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있어서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들을 추진 중에 있다.  

먼저, 서민·취약계층 등을 포함한 금융소비자가 손쉽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탈사 등 금융회사 간 온라인 대환대출 이동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며 오는 5월(잠정)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 예금이나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금융시장 안정 등을 고려해 오는 2분기 이후 관련 서비스가 출시될 전망이다. 과도한 자금이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집한도 규정, 공정한 비교·추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가조건 부과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아울러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의 후속조치로 금융위·금감원·은행권·학계·법조계·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 포스)'를 오는 23일 발족한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6개 과제에서 오는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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