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음식점 사장에게 재료값, 고용비, 공과금, 월셋값과 그 외 각종 부대비용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음식값을 저렴하게 책정하라고 한다면, 혹은 각종 비용이 늘어나도 음식값은 오히려 낮추라고 한다면 요식업에 남아있을 종사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즌이 돌아오자 벌써부터 울상이다. 이번에도 수수료율이 인하될 조짐을 보여서다. 인건비, 프로세스 비용, 전세 혹은 월세비, 홍보비, 마케팅비, 법인세, 기부금 등등 각종 비용은 매년 그대로이거나 증가하는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더 줄어 지급결제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2차례에 걸쳐 카드수수료율을 꾸준히 낮춰왔다. 명분은 늘 취약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것이었다. 3년을 주기로 돌아오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은 올해도 진행되고 있다. 내년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 카드업계는 벌써부터 울상이다. 수수료율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다.
앞서 지난 2018년 수수료율 재산정을 통해 우대가맹점 적용 범위가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카드사들과 가맹계약을 맺은 전체 가맹점 중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 또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8%, 3~5억원 1.3%, 5~10억원 1.4%, 10~30억원은 1.6%까지 수수료율이 낮아졌다. 이렇게 되자 카드사는 2018년부터 매년 1000억원 이상씩 적자를 내야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카드사들은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를 챙겨 소상공인을 울리지 말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지급결제 적자를 메꾸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기업에게 마이너스(-)를 보더라도 이해하라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음식점 경영이 음식을 팔아 이익을 내는 구조로 유지되듯, 결제시장에서 이익을 내는 게 본래 업무인 카드사를 마치 가맹점에 기생해 피를 빨아먹는 나쁜 기업으로 몰아가는 정치 행태도 의아하다.
소상공인(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곳) 범주에 드는 음식점과 대기업(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인 카드사를 비교하니 약간은 거북할 수도 있겠다. 다만 두 집단 모두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자본의 조직 단위인 ‘기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럼에도, 소상공인은 대기업과 달리 제도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웬만한 대내외 리스크에도 자체적으로 쌓아 올린 자본력을 바탕으로 버틸 수 있겠으나, 소상공인은 한 분기 혹은 한 계절의 경기만 나빠져도 존폐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민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카드업의 특성을 고려, 가맹점을 배려해주라는 데에 무조건 ‘NO’를 외치친 않는다. 실제적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정치인지, 선거철 표심을 구애하는 도구에 불과한 행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카드업계도 민심의 미움을 받아 좋을 게 없으니 불만은 많아도 함부로 표출하긴 쉽지 않다.
다만 소상공인이 카드수수료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본다고 하기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여럿 있을 뿐이다. 일례로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이 카드 수수료로 내는 돈은 240만원(0.8%)인데 신용카드 부가세 공제를 받는 돈은 390만원(1.3%)으로,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는 돈보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함으로써 혜택을 받는 돈이 150만원 더 많다.
카드사는 대출이익이 늘어나면 ‘이자놀이로 돈 버는 기업’으로, 수익원 다각화 전략의 일환인 자동차 할부 금융으로 이익을 늘리면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돈 되는데 목숨을 거는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정부 장려 정책으로 카드사가 이만큼 컸으니 민간의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와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올 수도 있다. 카드업계 종사자들도 이에 동의하는 바다. 다만 필자는 말 그대로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에 조금 더 공감이 갔다.
대기업이라도 외부의 역차별에 의해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한다면 이는 분명 불합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