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ECM 수익 전년比 ‘마이너스’·DCM 증가에도 IB수익 비중 ‘미미’
IB수익 비중 여전히 제자리..“증시 민감도 낮추려면 유의미한 IB반등 필수”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 사장의 연임 여부에 증권업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연임 성공이 점쳐진다.
다만 이번 호실적은 증시 호황에 힘입은 바 큰 반면, 이 사장이 임기 초반부터 방점을 찍었던 사업다각화 전략은 별다른 역할을 못해 경영 능력이 다소 평가절하되는 상황이어서 연임 여부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이현 사장 임기 20일 남아...사업다각화 전략 통했나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현 키움증권 사장의 임기는 오늘 22일로 종료된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키움증권을 이끌어 온 이 사장은 2017년 연말 일찌감치 키움증권의 새 수장으로 발탁됐다.
이 사장은 2018년 키움증권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키움투자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다. 2000년 키움증권 창립 멤버이기도 한 이 사장이 당시 키움증권의 새 수장으로 발탁된 데는 키움다우그룹의 여러 금융계열사 수장을 지낸 경력이 주효했다.
특히 2012년까지 키움증권에서 리테일총괄본부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전무, 부사장까지 기업금융을 비롯한 투자금융 경험을 두루 갖췄기 때문에, 리테일 의존도가 높았던 키움증권의 사업다각화를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실제로 이 사장은 2018년 1월 IB에 방점을 둔 첫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사업다각화의 첫 단추를 꿰었다.
이 사장은 2018년 임기를 시작한 후 첫 조직개편에서 기업금융팀을 기업금융1팀과 기업금융2팀으로 세분화했다. IB부문의 주 영역인 ECM(주식자본시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 다각화를 꾀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업의 자본조달을 돕는 ECM의 주 업무는 IPO,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이다.
이와 함께 IB부문의 또 다른 영역인 DCM(채권자본시장) 투자금융팀을 ▲부동산금융 ▲인수금융 ▲투자금융팀으로 세분화했다. 키움증권이 위탁매매사업에선 이미 강세를 보이는 만큼 투자금융을 확장하고 전문화해 사업다각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었다.
■ IB수익 비중 여전히 제자리...“키움, 유의미한 IB 반등 필수” 지적
그럼에도 리테일·IB·홀세일 등 키움증권의 수익 비중에서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융 사업 확대로 사업다각화를 이루겠다던 이 사장의 포부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순영업수익은 1조1170억원으로 전년(6150억원) 대비 81.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리테일부문 영업수익(7520억원)이 전체 영업수익의 67.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IB부문은 1720억원으로 15.3%를, PI(자기자본투자·1080억원)와 홀세일부문(법인영업·850억원)은 각각 9.7%, 7.6%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ECM 부진은 이 사장 임기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 기간 ECM의 영업수익은 90억원으로 전년(200억원)보다 무려 53.8%나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작년 상반기 국가 간 교역 축소 및 IPO 일정 연기 등의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하반기에 상당 부분을 만회하며 플러스 성장을 이뤄낸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DCM부문 순영업수익은 220억원으로 전년(150억원)보다 46.6%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전체 순영업수익(1조1170억원)에서 DCM수익(220억원)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2%로 다소 초라한 수준이다.
ECM·DCM 수익 모두 매년 증가했지만 유의미한 반등이라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이 사장의 임기 첫해였던 2018년 키움증권의 IB부문 영업수지는 총 영업수지 중 14%(ECM 2%, DCM 12%), 2019년 14.8%(ECM 2.3%, DCM 12.5%)를 차지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리테일 비중이 큰 편이기 때문에 증시 변동 민감도가 굉장히 높고, 올해 주식시장이 작년만 못하면 수익 타격이 클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거둬내기 위해서는 IB의 유의미한 반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엔 리테일 수익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다 보니 다른 부분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IB부문은 전년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면서 “특히 2017년 404억원 수준이던 IB 영업수지가 2018년엔 864억원, 2019년엔 1281억원까지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IB사업이라는 게 단기간에 성장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수익다각화라는 방향성에 맞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