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효과 다음엔?...이동걸의 초대형 항공사 빅딜, ‘무리수’ 우려 증폭
반짝효과 다음엔?...이동걸의 초대형 항공사 빅딜, ‘무리수’ 우려 증폭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1.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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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HDC현산 무산 후 과감한 추진...첫 난관은 KCGI
‘재무안정’ 기대는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종식돼야...“구조조정보다는 빚더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이 M&A에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에 정책자금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간 여러 매각 작업에서 딜 종료를 성사시키기에 급급해 ‘헐값’ 매각이라는 차선을 선택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번엔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이라는 구조조정의 1차 원칙보다 국민 혈세(정책자금)를 동원해 ‘무리수’를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도 갖가지 논란과 비판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두 항공사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보다는 대규모 구조조정, 코로나19가 단기에 잡혀야만 회복 가능한 재무상태 등 우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시각이다. 무리수의 결과가 단기성 효과로는 이어질 수 있겠으나 지속성을 가늠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쏟아진다.

이동걸 회장, HDC현산 무산 후 과감한 추진...첫 난관은 KCGI

23일 현재까지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오는 12월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한다. 한진칼은 이 중 7300억원을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투입, 대한항공은 이 자금과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와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된 2조5000억원 규모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방식은 구주 인수가 아닌 신주 인수를 통해서다. 산은의 7300억원을 제외하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1조8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주와 채권을 모두 갖게 되는 셈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이번 빅딜은 이동걸 산은 회장이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협상이 무산되자 즉각 한진그룹을 비롯한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이 가운데 한진이 유일하게 승낙을 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회장이 첫 번째로 넘어야 할 산은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다. KCGI는 앞서 지난 16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하자 이틀 뒤인 18일 법적 대응에 나섰다.

KCGI는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산업은행이 증자한다는 건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함"이라며 법원에 5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 냈다. KCGI가 법원에 신청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은 오는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KCGI는 산은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경우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역할을 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한 KCGI는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재무안정’ 기대는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종식돼야...“구조조정보다는 빚더미”

초대형 항공사 탄생한 이후 채권단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두 항공사의 재무건전성 제고다. 부채비율이 각각 700%와 2300%를 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업황이 개선되면 재무안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진단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이런 기대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코로나19 종식이라는 ‘천운’이 따라야 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내고 있다.

두 항공사의 합병 시너지로 재무상태가 안정기로 접어들기 위한 필수 요건은 코로나19 종식과 여객 수요 회복 속도다. 백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지만 여객 수요 회복 시점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올해 화물 운송 호조로 실적 악화의 폭을 줄일 수는 있었으나 언제까지나 화물 수요만으로 버티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일시적인 재무구조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 속 영업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지속성에는 의문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재무안전성은 재차 저하될 수 있는데 화물 수요 급증 효과만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SK증권은 ‘구조조정보다는 빚더미’라는 보고서에서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10조원에 달하는 부채 문제는 대한항공에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당장 내년 말까지의 급한 불을 끄는 것은 가능할 것이지만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동사의 재무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설사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을 분리매각한 뒤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5000억원 유상증자 대금과 영구채 인수대금 3000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더라도 10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떠안게 된다는 얘기다.

대신증권은 ‘유상증자 끝나고 보자’라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여객시장의 침체가 내년 상반기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에는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통합에 따른 초대형 항공사의 출범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 프리미엄 부여는 대규모 유상증자와 인수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부여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하향, 목표주가도 기존 2만3000원에서 17.8% 내려잡았다.

산업은행은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못 박는다지만 업계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두 항공사의 고용 인원은 대한항공이 1만3800여명, 아시아나가 8700여명 수준이며 양사의 중복 인원은 800~1000명 정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보는 눈도 많고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없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질거라고 본다”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합쳐진다고 회사 사정이 갑자기 좋아진다고 보기도 어렵고 코로나가 장기화할수록 회사가 어려워지는 건 변함이 없다. 회사가 어려운데 고용유지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DB금융투자는 “두 항공사의 주요 여객 노선은 크게 겹치지 않지만 인력 중복 및 LCC가 문제”라며 “특히 LCC 부문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및 에어서울 2개사를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 진에어와 노선이 중복되어 추가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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