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택한 은행권, 올해 만만찮다
은행장들 어깨 어느 때 보다 무거울 듯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우리은행을 끝으로 신한·KB국민·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은행장 인사를 마무리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기존 수장을 연임시키며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관리, 환매 중단으로 물의를 빚은 사모펀드 사태 수습, 오픈뱅킹·마이데이터 확대로 번진 디지털 플랫폼 경쟁 등 그 어느 때보다 내실 다지기와 조직 안정화가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 권광석 우리은행장 1년 더 연임...실적반등이 최대 과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장기화, 사모펀드 사태 수습 등 조직에 변화를 주기보단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이날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를 열고 권광석 행장에 대한 자격 검증 절차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 4일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권광석 은행장을 추천했다. 이날 진행되는 임추위는 자추위 결정에 대해 확정을 짓는 단계로 권 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권 행장의 임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년이다. 은행권의 통상적인 연임 기간이 2+1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자추위가 지난해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권 행장은 다음 연임을 위해 올해 우리은행의 실적 반등을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36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가량 줄었다. 사모펀드 해결을 위한 충당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비 충당금 적립 등을 고려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NH농협은행에도 뒤처져 올해 실적 반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자추위 측은 전일 회의 이후 “작년의 경영성과가 부진한 상황 하에서 올해의 경영성과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권 행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여 경영성과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종후보로 추천했다”라고 설명했다.
■ 안정 택한 은행권, 올해 만만찮다...은행장들 어깨 어느 때 보다 무거울 듯
이로써 4대 시중은행의 수장이 확정됐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기존 행장의 연임을 확정시키며 조직의 안정을 택한 반면 하나은행은 수장 교체로 변화를 줬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허인 행장과 진옥동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허인 행장은 지난해 10월 연임이 확정되며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연임 여부가 결정됐다. 허 행장은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에 취임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2019년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통상적인 행장 임기인 2+1년 임기를 모두 채웠지만 코로나19 장기화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을 감안, 국민은행은 허 행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시켰다.
이어 지난해 말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연임이 확정됐다. 특히 진 행장은 2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보통 은행권은 연임 시 1년 씩 추가 임기를 보장하지만, 신한금융은 대내외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위한 조직의 안정적인 리더십 구축에 방점을 뒀다.
세 곳 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박성호 부행장을 새 행장으로 내정하며 수장을 교체했다. 당초 지성규 전 행장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으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감원에서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받았고 라임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심을 앞둔 상황이라 수장 교체 방식으로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들의 수장 인사를 보면 은행권은 모두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읽힌다.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물의를 빚은 사모펀드 사태 수습과 소비자 신뢰 제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관리, 오픈뱅킹·마이데이터 사업 등 디지털 플랫폼 경쟁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은 코로나 위기에서 건전성, 수익성 관리에 주력하면서도 디지털 선두 경쟁은 치열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도 만만찮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