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투자자에 40∼80%의 배상 권고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우리ㆍ기업은행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손실액의 40~80%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라임 펀드 사례를 안건으로 올린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토대로 이런 배상 기준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날 열린 분쟁조정위에는 3건의 불완전 판매 사례가 안건으로 올라갔다. 분쟁조정위는 "과도한 수익 추구 영업 전략과 투자자 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원금 보장을 원하는 82세 고령 투자자에게 위험 상품을 권유하고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명하도록 유도한 사례(우리은행)에는 배상 비율이 78%로 정해졌다.
또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기업에 공격 투자형으로 임의로 작성해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우리은행)와 투자 경험이 없는 60대 은퇴자에게 투자 대상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은 사례(기업은행)에는 각각 손실의 68%, 65%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두 은행에 적용된 기본 배상 비율은 각각 55%, 50%였다.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는 기존 분쟁조정 사례처럼 30%가 공통으로 적용됐다. 여기에 본점 차원의 투자자 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우리은행에는 25%가, 기업은행에는 20%가 더해졌다.
분쟁조정위에 안건이 오르지 않은 나머지 투자자들은 기본 배상 비율을 토대로 투자자별 투자 경험 등에 따라 가감 조정된 배상 비율을 적용받는다. 금감원은 이번에 나온 배상 기준에 따라 40∼80%의 배상 비율로 조속히 자율 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법인 고객의 배상 비율은 30∼80%이다. 현재 검찰에서 라임 펀드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수사 결과 등에 따라 배상 비율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 취소 등으로 배상 비율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조정 결정문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쟁조정위의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양측 모두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효력을 갖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환매 연기로 미상환된 2989억원(우리은행 2703억원·기업은행 286억원)에 대한 피해 구제가 일단락된다"고 말했다.
우리·기업은행에 대한 분쟁조정 결정은 ‘사후정산’ 방식으로 이뤄졌다. 펀드는 원칙적으로 환매나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로 환매가 중단된 라임 사태에서 손해 확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펀드들이 많아 금감원은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판매사의 사전 동의를 거쳐 열리는 분쟁 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말 KB증권이 처음으로 분쟁조정 심판대에 올랐고,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첫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