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 최고 미식가 단 가즈오 레시피 ‘백미진수’
[신간] 일본 최고 미식가 단 가즈오 레시피 ‘백미진수’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4.1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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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진수> 단 가즈오 지음 | 심정명 옮김 | 한빛비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일본 문단의 최고 미식가로 알려진 단 가즈오의 요리에 관한 글맛이 일품인 <백미진수>(한빛비즈.2016)가 나왔다. 책은 갖가지 식재료와 음식에 얽힌 애틋한 추억, 음식을 통해 사람과 정을 나누는 단 가즈오 이야기다.

책에 등장하는 ‘술꾼을 위한 닭 날개 요리법’은 술안주로 만들어 볼법하다. 중화풍 닭 날개 요리는 비교적 간단하고 번거롭지 않다.

닭 날개 500g을 준비한다.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받고 마늘과 생강을 한 덩어리씩 다져 넣고 당근 꼬리나 파도 함께 넣는다. 여기에 준비한 닭 날개 500g을 넣고 삼사십 분 삶은 다음 날개만 살짝 건져내 차갑게 식힌다. 그 후 웍이나 프라이팬에 돼지기름을 두르고 겉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으면 완성.

입맛에 따라 설탕이나 술, 간장을 넣고 졸여 후추나 산초가루를 뿌려 참기름을 끼얹어도 좋다. 부록으로 큰 냄비에 든 수프는 그래돌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춰 라면이나 계란탕을 만들 때 쓰면 된다. (39쪽) 일부 수정

군침 도는 레시피에 알뜰하기까지. 책에 소개된 ‘단 가즈오’식 요리로 값싸고 맛난 안주 만들기 팁이다. 책에 따르면 그는 일생을 자신이 재현한 요리를 지인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하며 살았다. 본 직업이 소설가지만 ‘가끔씩 소설도 쓴 요리 선생’이라 불릴 정도로 단 가즈오의 인생과 요리는 한 몸이었다. 책에는 이처럼 단 가즈오의 요리를 향한 연정이 가득 담겼다.

특히 소설가답게 그의 글맛도 느낄 수 있는데 재미있는 일화와 곁들어져 때론 한 편의 코믹 장르를 보는 느낌도 든다. 이를테면 집에서 난 잡풀을 식용 자리공으로 잘못 알아 된장절임으로 먹었다 벌어졌던 설사 사건의 경우다.

‘아이들에게 한바탕 자랑을 하면서 먼저 내가 한입 깨물었다. “맛있다! 먹어들 봐.” 얼추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온 가족이 일제히 토하기 시작했다. 구토가 하도 맹렬해 나는 내장을 전부 다 토하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했을 정도다. 간신히 구토가 끝나나 했더니, 이번에는 전원이 설사다. 이야, 설사가 어찌나 대단한지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안된 사람은 가정부다. 된장 절임을 자를 때 딱 한 조각 남은 꽁다리를 먹었을 뿐이건만, 똑같이 구토와 설사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그렇게 상쾌하고 기분 좋은 구토와 설사를 한 적이 없다.’(110쪽)

못 말리는 미식가의 일화는 또 있다. 여행지에서 가난한 주머니를 달랠 겸 여행지의 요리를 복원할 겸 숙소에서 음식 만들기를 시도하는데 하필 그 장소가 화장실이다. 변기 위에서 도마질하고 간장 뚜껑을 열다 변기 속에 빠뜨렸지만 간장 보관을 위해 잽싸게 건져 올리는 등 맛의 진수를 위한 방랑기의 웃픈 이야기가 즐비하다. 무엇보다 눈으로 맛의 사계를 즐길 수 있으니 기꺼운 노릇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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