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자랑할 리더 `세종대왕`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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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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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만 원짜리 화폐의 주인공 세종대왕. 이 어른의 가장 큰 업적은 바로 한글 창제다. 그런데 이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뿌리깊은 나무>(밀리언하우스. 2006) 이야기다.

평단과 독자의 호평이란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쥔 이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를 7일 앞두고, 집현전의 말단 학사 장성수가 대궐 내 우물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장성수는 집현전 서책 관리 담당으로, 분서하는 작업을 하던 중 살해됐다. 하지만 장성수의 죽음은 연이은 집현전 젊은 학사들의 변고를 알리는 시작이었을 뿐,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게다가 죽임을 당한 이들은 경세실용학문을 이끄는 집현전의 핵심 학사들이다.

사건 당일 당직을 서다가 떠맡기 듯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겸사복 말단, 강채윤. 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그림, 시체의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숱한 선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저주받은 금서까지..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질 뿐이다.

매일 밤 이어지는 연쇄 살인의 단서를 쫓아 참혹한 죽음과 위험한 음모에 대적하며, 살인자의 정체를 쫓던 강채윤은 거대한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음을 눈치 채게 된다.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은밀하고도 엄청난 프로젝트.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는 정통 경학파 세력의 거대한 음모. 이 비밀을 풀어가며 그는 사건의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선다.

살인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집현전 학사들이 죽임을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학, 천문학, 의학, 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해박한 지식은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어, 더욱 치밀하고 정교한 스토리와 복선을 만들었다. 소설을 구상한 후, 10년 넘게 100여 점의 관련 서적과 논문 등 자료를 수집하고, 30번 넘게 고쳐 쓴 끝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는, 저자 이정명의 지적 탐구가 돋보이는 걸작이다.

<뿌리깊은 나무>의 출간 당시 한국판 ‘다빈치 코드’라는 평가대로, 한국형 팩션이다. 팩션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이다. 외국 팩션 소설을 능가하는 한국형 팩션의 인기는 ‘해신’, ‘주몽’에 이어 최근 ‘태왕사신기’, ‘왕과 나’, ‘이산’ 등의 사극 열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KBS 인기 사극 ‘대조영’ 후속으로 ‘대왕 세종’이 내년 1월 방영 예정이다. 비록 한편의 드라마지만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만날 수 있다니, 이 책에 쏠리는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더욱이 과거 김훈의 <칼의 노래>(생각의 나무. 2001)와 드라마 ‘불명의 이순신’의 히트로 이순신 열풍이 불었던 기억에 이제 조선시대 최고의 왕이자 한국 역사상 제일 뛰어난 리더로 불리는 ‘세종대왕의 재탄생’을 기대하게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국역사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미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 더욱 눈길을 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독자들에게 깊어가는 가을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금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적극 추천한다.

[홍무진 기자 fila9090@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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