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도 ‘그림의 떡’...우리금융그룹, 사업 다각화 '절실'
증시 활황도 ‘그림의 떡’...우리금융그룹, 사업 다각화 '절실'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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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국민·하나금융, 악재속 실적 방어...“비은행이 효자”
‘비은행 실탄 확보’ 우리금융, 증권·보험 인수 탄력받나
우리금융그룹CI. (출처=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CI. (출처=우리금융)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2020년은 우리금융에 비은행 공백의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3분기까지 우리금융은 4대 금융그룹 가운데 홀로 순이익이 뒷걸음쳤다. 올해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 부문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전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악재가 겹치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그룹의 경우 증시 호황 덕을 톡톡히 본 증권 부문 등 비은행의 약진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우리금융그룹이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가 추가된 셈이다.

신한·KB국민·하나금융, 악재속 실적 방어...“비은행이 효자”

우리금융을 제외한 신한·KB국민·하나금융그룹 모두 각종 악재 속에서도 올해 실적 방어에 성공한 모습이다. 은행 실적이 부진했으나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9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줄며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2조95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은행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1조7650억원으로 전년(1조9764억원)보다 감소했지만 증권·카드·보험 등 다른 계열사들이 고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3분기엔 신한금융투자(1275억원·115%), 신한생명(797억원·150.6%), 오렌지라이프(758억원·99.2%) 모두 실적이 급증했다.

KB금융의 1~3분기 누적 순이익도 2조87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7771억원)보다 3.6% 늘었다. 증권사의 이익 증가가 실적 방어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KB증권의 경우 주식투자 열풍에 따른 예탁금 수수료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3분기 209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작년 동기(558억원)의 약 4배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1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50억원) 늘었다. 이는 작년 연간 순이익 2조1565억원에 준하는 수준이다.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은행 역시 1조5518억원으로 전년(1조6378억원)보다 줄었으나 비은행이 그룹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누적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31.3%(6597억원)였다. 이 기간 하나금융투자 순이익은 28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6.2% 증가했다.

이같이 4대 금융그룹 중에서 우리금융 홀로 실적 감소세를 나타낸 데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다른 금융그룹은 ‘동학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며 증시 호황을 누린 증권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비은행 실탄 확보’ 우리금융, 증권·보험 인수 탄력받나

수익성 악화, 치열해지는 경쟁 등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비은행사업 다각화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선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제로금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장기화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은행의 전통적인 예대마진 수익성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가 국내 은행권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한은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으로 올해 기준금리를 0.50%까지 인하했는데 더딘 경제회복과 낮은 물가를 고려할 때 내년 이후 상당 기간 동안 한국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은행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춰온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지주체제 2년 차인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KB금융·하나금융그룹의 은행부문 순이익의존도는 69.2%였고 우리금융의 은행부문 순이익 의존도는 95%에 달했다.

핀테크(금융 기술)·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 기업들의 금융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는 점도 은행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와 빅테크 기업에 종합지급결제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합지급결제업의 핵심은 카드사나 빅테크·핀테크도 계좌를 발급해 소비자의 돈을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은행의 독점 지위를 잃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된다. 은행의 독점력이 약해질수록 은행의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손 회장은 올해 초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회한 이후 직접적인 인수전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하반기엔 아주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비은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일 아주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한데 이어 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도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소비자금융 관련 2개 그룹사를 한 번에 확충하는 효과도 얻게 됐다.

손 회장의 다음 행보는 증권과 보험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비은행 강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에 집중해 온 데다 올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으면서 인수 자금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 평가에 내부등급법을 적용받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우리금융은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았다. 지주체제로 바꾼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사들과는 달리 비은행 부문 확장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우리금융은 자기자본비율이 1~2% 높아졌는데 이를 통해 1조6000억원에서 3조원 정도 가용자본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은행 확대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한 우리금융이 내년엔 계열사 확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훈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설립 초기로 사업다각화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미흡하다”면서도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로 사업포트폴리오가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장기적으로 증권 및 보험사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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