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당국 경고에도 원유ETF·ETN 사재기...피해 속출 우려
개미, 당국 경고에도 원유ETF·ETN 사재기...피해 속출 우려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4.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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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원유 선물 연계 ETN, ETF 관련 소비자경보 발령. (사진=금융감독원)
WTI원유 선물 연계 ETN, ETF 관련 소비자경보 발령. (사진=금융감독원)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최고 수준의 위험 경고를 낸 이후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1조3000억원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잇따른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해당 상품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투자자 피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ㆍETF를 총 1조3649억원 순매수 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은 이 기간 10거래일 연속 해당 ETN, ETF 모두 순매수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일부 원유 ETN에 대해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레버리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ETN 4개 종목의 지표가치(기초자산)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최대 95%까지 치솟자 이들 종목에 대해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위험 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 2012년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 22일 거래소는 “원유 레버리지 ETN의 경우 기초 자산인 WTI 선물 시세가 50% 이상 하락시 지표가치가 ‘0’원이 되어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으니 투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23일에는 금감원이 위험 소비자경보 범위를 레버리지뿐만이 아닌 모든 WTI 선물 ETN 및 ETF 상품으로 넓혔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최근 WTI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서 괴리율이 크게 확대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급락으로 지표가치는 크게 떨어졌는데도 투자자 매수세가 계속된 결과 지표가치 대비 시장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이 가운데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장 마감 기준 시장가격은 2085원인데 지표가치는 193.57원에 그쳐 괴리율이 무려 977.13%에 이른다.

거래소는 최근 한층 강화된 ETNㆍETF 괴리율 관련 상시 대응기준을 마련하고 괴리율 확대로 거래 정지된 레버리지 WTI 선물 ETN 4개 종목의 거래를 이날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종목의 괴리율이 너무 커져 시장 가격조절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여서 가격 정상화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유 ETN·ETF의 변동성이 커지자 이들이 '인생은 한방'식의 자세로 뛰어들면서 시장 가격기능마저 마비된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이상 과열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시장을 정상화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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