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품은 우리말... ‘영락없다, 간단하다, 모질다’에 숨은 수학적 의미
수학 품은 우리말... ‘영락없다, 간단하다, 모질다’에 숨은 수학적 의미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2.25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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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괴짜 선생님의 수학사전> 김용관 지음 | 생각의길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말이 수학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를테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영락없다, 간단하다, 모질다’에도 수학적 의미가 있다.

조금도 틀리지 않고 꼭 들어맞는 경우 사용하는 ‘영락없다’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들어맞는 상태다. 영락의 한자는 숫자 0이나 나머지를 뜻하는 영零, 떨어질 락落이다. 한마디로 떨어진 것이 0인 상태를 뜻한다. 이를 수식으로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가령 42÷5는 몫이 8이고 나머지가 2다. 그런데 49÷7은 몫이 7이고 나머지가 0이다. 0으로 딱 떨어진 상태, 이것이 영락없는 상태다. 영락없다는 것은 나머지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영락없이 꼭 닮았네” “영락없는 바보네”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등으로 생각한 것과 딱 맞아떨어져 아무런 차이도 없는 상태를 표현할 때 일상에서 사용한다.

‘간단하다’는 말에도 수학적 의미가 있다. 간(簡)은 죽간(竹簡)으로 옛날 글을 적기 위한 판 댓조각을 뜻한다. 그 죽간을 묶은 것이 책(冊)이었다. 단(單)은 홀로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간단은 죽간 하나라는 뜻이다. 간단은 죽간 하나라는 뜻으로 요즘 말로 하면 종이 한 장을 뜻했다. 간단하다는 것은 죽간 하나면 족할 정도로 짧은 메시지를 말한다.

‘모질다’는 대개 관용구로 많이 쓰인다. “마음이 모질다” “손끝이 모질다” 등 마음씨가 매섭고 독하거나 어떤 기운이나 기세, 행동이 억세고 사나움을 나타낸다. 그 상태를 ‘모’로 활용해 표현했다. 모는 수학의 선과 선이 만나는 곳, 사물의 모퉁이나 구석의 각을 뜻한다. 우리말에 숨은 수학적 의미를 정리한 <어느 괴짜 선생님의 수학사전>(생각의길.2019)에 실린 내용이다. (일부 수정)

우리말 속에 이렇게 많은 수학적 의미가 숨어 있다니 말의 효용이 새삼스럽다. 수학도 언어의 하나로 바라보는 저자는 수학의 재미를 말 속에서 찾도록 안내한다. 제목 그대로 33가지 말들을 짧은 분량으로 설명해 엮은 사전이다. 흥미로운 대목부터 펼쳐 읽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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