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찬이 궁할 때 짭조름하고 고소한 김 만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김을 즐겨 먹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정도다. 근래에 와서야 김밥이 알려지며 수출량도 늘고 있지만, 서양인에게 김은 여전히 낯설고 이상한 음식이다.
음식에 담긴 역사를 살피는 <집밥의 역사>(책들의정원.2019)에 따르면 김이 무엇인지 몰라서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중 필리핀과 남태평양에서 일본군의 포로로 잡힌 미군들은 생전 처음 보는 김을 ‘이상한 검은 종이’라 여겼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탓에 배식으로 나온 김을 보고 일본군이 자신들에게 가학 행위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전범 재판에 김이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김을 처음 봤던 서양인들에게는 정체불명의 물건이었을 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김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김의 역사는 고려 시대부터 시작됐지만, 양식법이 보급되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약 400년 전부터다. 구전되는 몇 가지 이야기로는 경상남도 하동지방의 한 노파가 섬진강 하구에서 떠내려오는 나무토막에 붙은 김을 보고 양식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한 관찰사가 지방 순시 도중 어떤 사람에게 김의 양식법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책은 전통 음식인 떡국, 근대 요리 삼계탕과 감자탕, 낮잠으로 탄생한 스페인의 타파스, 프랜차이즈를 탄생시킨 정크 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의 햄버거 등 동서양의 다양한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일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