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제재 전면 발동...건설업계 위기, 이미 진행 중
美 이란제재 전면 발동...건설업계 위기, 이미 진행 중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8.11.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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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대림산업 수주 '잭팟'에서 단 번에 '물거품'으로"
"이란 제재발(發) 유가 상승에도...해외수주 전망 글쎄"
미국 정부가 5일부터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5일부터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 발동되면서 건설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미국 정부는 이 날부터 대(對)이란 재제를 전면 복원한다. 이는 지난 5월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8월7일 1단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데 이어 2단계 경제·금융 제재를 재개하는 것이다.

1단계 제재는 이란의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개인에 대한 제재였으며 이보다 강도가 높은 2단계는 이란의 석유제품 거래와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재하는 조치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란 제재에 따른 피해가 이미 현실화된 상태이며, 불안한 대내외 정세에 해외수주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 현대‧대림에 이어 SK까지...이란 제재에 ‘쓰리아웃’ 되나

이미 건설업계에서는 ‘이란 리스크’를 실감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번 2차 제재에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9일 이란 투자펀드 아흐다프(AHDAF)와 체결한 5947억원 규모의 이란 석유 정제시설 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해지된 금액은 2015년 연결 매출액의 3.09%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란 경제제재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계약 효력 발생 선결조건인 금융 조달이 완료되지 않아 계약이 취소된 것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3월 체결한 해당 공사는 총 3조8000억원의 규모로 당시 ‘잭팟’으로 불리며 해외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커진 바 있다.

앞서, 6월1일 대림산업은 이란 정유회사인 이스파한(Esfahan Oil Refining Company)과 체결한 2조2334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사업 공사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역시 이란 제재 여파가 원인으로, 금융약정 체결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해지자 약정체결 완료기한이 끝나 계약이 자동 해지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K건설의 추가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8월 1조7000억여원 규모의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 공사를 따냈으나 금융조달 등의 어려움으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이란 제재로 건설사들의 수주계약 해지는 예고됐었다”면서 “직접적인 손실은 없으나, 수주 잭팟이 물거품이 되면서 전반적으로 업계에 힘이 빠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향후 수주전망도 ‘먹구름‘...국내 건설사의 체질개선 급선무

이란 제재에 따른 대내외적인 변수로 국내 건설사의 향후 해외수주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란은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발주하는 해외시장으로 그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작년 한 해 국내건설사들이 이란에서 수주한 건설공사액은 52억3000만달러로 1위다. 그러나 올 들어 이란의 핵협정 탈퇴로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현재까지 발주량과 공사금액이 ‘0’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당초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마저도 기대감을 싣기에는 미비하다는 관측이다. 그간 과거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상승기에 인프라 확충에 힘을 실으면서 해외수주 일감이 늘어난 바 있다.

현재 이란은 일 평균 3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산유국으로, 산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생산량이 많다. 이에 따라 경제 제재로 생산이 중단되면 유가는 급등한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이란의 공급 감소분을 채워 단기적 상승에 그친다는 관측이다.

특히, 투자개발형 사업 방식 확대로 국내 건설사들의 금융제공 역량 등이 중대해져 과거와 같은 단순도급공사으로는 승부수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중동 일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확대됐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며 “해외수주 시장이 단순도급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변하면서 정부의 지원책과 건설사들의 기술력 향상이 수반돼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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