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희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터키 등 신흥국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다 성장·고용·물가 등 경제 지표가 모두 악화되고 있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3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동안 금리 인상 필요성을 수 차례 언급했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터키발(發)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고용쇼크까지 겹치면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전월 대비 5천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가폭 기준으로 201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실업자 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지난 1월 경제 전망에서 한은은 올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가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4월 수정 전망에서는 26만명으로, 7월에는 18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 고용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한 터키 리라화 급락까지 겹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터키발 악재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터키발 우려에 아르헨티나(-6.6%), 브라질(-4.0%), 러시아(-6.4%), 남아공(-5.5%)의 환율 절하 폭이 크게 확대됐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주가는 8% 가량 급락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식시장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지난 14일 “터키의 금융 불안이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터키 불안이 다른 신흥국으로 번지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다음 달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되면 한미 간 금리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