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귀찮나요` 어른들이 왕따시킨 아이들
`내가 귀찮나요` 어른들이 왕따시킨 아이들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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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SBS 시사다큐 ‘긴급출동 SOS24’에 등장한 12세 소년 상민의 폭력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어머니를 향한 끊임없는 욕설과 발길질, 촬영 모니터가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은 12세 소년의 행동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어머니의 몸은 멍이 가실 날이 없었고 급기야 등교거부까지 하기 이르렀지만 제어할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방송은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상민의 폭력이 부모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밝혀냈다.

방송에 따르면 어머니는 상민이가 어렸을 때 자주 폭행을 가했고 심지어 아이 앞에서 자해까지 했다. 7년 전 이혼해 아이와 살고 있는 어머니의 행동은 아이의 폭력과 폭언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상민은 <내가 귀찮나요?>(경덕. 2005)의 주인공 다이스케를 닮은 아이다. 부모의 학대 때문에 학교에서 조차 외면당하는 아이 다이스케의 말썽은 상민의 폭력과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불행한 가정환경 때문에 집보다 복지시설을 원했던 다이스케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말썽꾸러기에다 어수선하고, 사람을 아주 질리게 만들고, 또 그런걸 즐기기까지 해요. 완전히 비뚤어진 성격의 소유자죠. 어떻게든 바르게 지도하려고 했는데, 그쪽이 전혀 따라주질 않아요, 관심을 가지려고 해도 본인이 거부를 하니, 저라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럼 나타가와 선생님은 왜 다이스케가 말썽을 부리고 선생님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세요?

성격이 그런가 보죠

다이스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군요” (본문 중)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 다이스케를 두고 나누는 두 교사의 대화에서 ‘이상행동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는 아이의 폭력과 산만함, 말썽을 극대화 시키고 점점 사회로부터 ‘격리’ 시키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사회는 ‘종종’ 잊는다.

<내가 귀찮나요?>의 말썽꾸러기 다이스케의 문제 역시 가정에 있었다. 아이에게 폭언과 폭행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어머니의 행동이 아이의 산만함과 공격성향으로 ‘전이’된 것이다.

실제 취재과정을 통해 구성된 교실붕괴와 등교거부에 직면한 여자교사와 학대당하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교사의 이야기는 교육현장과 가정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책에 등장하는 불행한 부모와 방황하는 아이들의 현주소를 통해 ‘SOS’의 등장인물들이 바로 우리 이웃임을 자각할 수 있다.

(그림 = 데이비드 블럼리 작 `외로운 소년`)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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