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되고 '짬뽕'은 안 된다?
'짜장면'은 되고 '짬뽕'은 안 된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6.25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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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말글> 손진호 지음 | 허남문 그림 | 진선BOOKS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짬뽕의 처지가 불쌍하다. 짜장면은 오랜 투쟁 끝에 ‘자장면’에서 2011년 8월 31일 자로 표준어의 자격을 얻었다. 언중(言衆)의 말 씀씀이를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 짬뽕은 여전히 비표준어다.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짬뽕의 표준어는 ‘초마면(炒碼麵)’이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하나에 초마면 하나 주세요.”라 주문해야 정확한 말이다. 입에 붙지도 않고 영 어색하다. 초마면이 표준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싶다.

말의 주인은 언중이며 말의 생명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금 우리말글>(진선BOOKS.2018)의 저자가 서문에 소개한 내용이다. 저자는 사전은 언어의 문란을 막는 마지막 보루지만 언중의 말 씀씀이도 헤아려 의미를 확장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짬뽕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짬뽕의 뿌리가 비록 초마면일지라도 100여 년의 세월의 거쳐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재탄생한 우리 음식인 만큼 경직된 어문규범에서 짬뽕도 해방해 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사전의 속 좁음도 짚었다. 가령 이미 입말로 자리 잡았는데도 사전에 오르지 못한 ‘넓적바위’와 북한의 문화어로 설명하고 있는 ‘넙적바위’도 비표준어로 묶어두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예부터 써 왔고 지금도 널리 쓰이는 데다 표준어로 삼지 못할 이유가 없어서다.

또 제주 한라산에 딸린 기생화산 ‘오름’도 ‘산’과 ‘산봉우리’의 제주 방언으로 묶어두었다. 언중의 말 씀씀이는 전혀 다르지만, 일반명사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제주 오름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산과 산봉우리와는 다름을 알 터다.

총 146개의 표제어를 바탕으로 우리말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재원’이라는 말은 여성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라거나 젓가락은 ‘ㅅ’ 받침인데 숟가락은 ‘ㄷ’ 받침인 이유 등 우리말글의 이모저모가 담겼다. 우리말글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로운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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