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대신 희망 파는 '만복슈퍼'
절망 대신 희망 파는 '만복슈퍼'
  • 최은정 시민기자
  • 승인 2011.02.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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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데일리] 쥐를 통해 쥐는 쥐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희망 가득 담은 동화다.

<만복슈퍼 서생원전>(남석기, 어린른이, 2010)은 실직한 아빠가 슈퍼를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낯선 곳에 이사와서 겪는 세상살이 이야기이다.

이 동화는 부천의 한 동네 슈퍼에 이사 오면서 졸지에 가겟집 아이가 되어 버린 주희의 시선으로 본 어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유통기간이 지난 빵을 제 돈으로 물어내야 하는 빵장수와 3분 미역국만 먹는 어린아이를 홀로 키우는 원이아빠, 빌라단지 밖으로만 맴도는 두부장수, 늘 술냄새만 풍기는 언니들의 세상살이를 쥐들과 다르지 않다고 표현한 것이 참 씁쓸하다. 끈끈이에 달라 붙었어도 바동거리며 살려고 몸부림 치는 쥐들과 우리네 인생사가 닮아 있다는 것이 말이다.

만가지 복을 받을 이름의 '만복슈퍼'. 하지만 주변에 '빅마트'가 생기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게 되고 아빠는 지방으로 건축일을 하러 떠나게 된다. 이른 새벽 어둠을 뚫고 가는 아빠의 뒷모습이 커다란 회색 쥐처럼 보였다는 주희의 시선이 짠하게 만든다. 쥐구멍에도 볕뜰날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이 동화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놓지 않은 희망의 끈은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라서 어릴적부터 꾸며대는 이야기를 잘 했다고 한다. 이 동화도 작가 가족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동화여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빵장수와 원이아빠, 두부장수, 103호 언니들까지. 이들을 통해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엿볼수 있고 사람들간의 따스한 정이, 내일의 희망이 왜 소중한가를 느낄 수 있다.

쥐를 왜 서생원이라 하는지 아는가? 사람보다 나으니까 서생원이라 한단다. 악착같은 쥐를 잡으려고 쥐약도 놔보고 끈끈이도 붙여보고 했으나 결국엔 큰 쥐는 잡지 못하고 만다. 쥐처럼 악착같은 구석이 있어야 이 험한 세상을 살 수 있다고 어른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쥐처럼 포기하지 않고 세상사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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