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 맛이 뭐랄까! 세계음식 성찬
오, 그 맛이 뭐랄까! 세계음식 성찬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12.08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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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얽힌 사연과 소회...읽고 보는 재미 군침

[북데일리] '소박하고 정겨운 세계음식 특별전'.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이숲. 2010)에게 붙이면 좋을 타이틀이다. 동서양의 34가지 음식과 음료를 담았다.

무엇보다 특별하다. 단순한 요리 전시가 아니다. 그 옆에는 외국 음식에 남다른 취향이 있거나 해당 음식이 탄생한 현지에서 생활한 이들이 있다. 그들이 음식에 얽힌 사연과 소회를 잔잔히 들려준다.

소박하다. 멕시코 음식 '몰레'가 그렇다. 우리 식으로 보면 고추장 같다.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는 점이 똑 닮았다. 이 몰레를 닭고기에 뿌려 먹는데, 책은 그 맛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오, 그 맛이 뭐랄까, 복잡하다 못해 현란하고 현란하다 못해서 현기증이 난다. 맵고, 간간하고, 시큼하고, 쓰고, 떫고, 달고, 고소하고... 이 세상의 온갖 맛과 향이 씹을 때마다 때로는 독자적으로 때로는 짝을 지어 입안을 돌아다니며 미각과 후각을 있는 대로 자극한다.' 116쪽

이어 책은 "예술을 기존 감각 경험에 대한 도전이요, 새로운 감각 영역의 개척으로 정의한다면 '몰레'야말로 미각 예술의 지존"이라고 전한다.

몰레가 호기심을 자극한다면 인도의 '탄두리 치킨'은 맛깔스런 모양이 침샘을 자극한다. 태국의 '솜땀'은 그 이름이 예뻐 귀를 쫑긋하게 한다.

읽다보면 마음은 프랑스와 멕시코, 독일, 모로코로 마구 날아다닌다. 예컨대 늘 긴 줄을 자랑한다는 홍합요리 전문점 '레옹'이 있는 생제르맹 거리가 그렇다. 그곳에서 홍합은 훌륭한 젓가락 대용기구다. 껍데기를 이용해 다른 홍합 속살을 파먹는다.

식탁에 오른 화려한 색깔, 다양한 맛의 태국 음식을 먹고 보니 우리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이란 때로 뜨겁고 때로 시큼하고 때로 매콤하고 때로 이렇듯 눈물나는 것. 247쪽

요리와 곁들어진 외국의 이색 풍경 풍미를 더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목록이 있다면 '사막에서 별 보기'가 추가될 것이다.

'사막마을에서 본 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사막은 일교차가 심해 한낮엔 지상 모든 것을 삶을 듯이 찌다가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 새벽 한기에 뒤척이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떴는데, 구멍 뚫린 천장 사이로 희끗희끗한 빛이 쏟아지는 게 아닌가. 그 빛이 어찌나 맑고 명징한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늘을 봤다. 아, 그 순간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씨감자만한 별이 손에 닿을 듯이 낮게 드리워져 있던 순간...' 213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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