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만든 썩은 감자 레시피
할머니가 만든 썩은 감자 레시피
  • 서유경 시민기자
  • 승인 2010.11.0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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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면 더 좋을 책

[북데일리] “봄 감자가 나면 그 중에서 썩은 게 있는 기라. 감자 캐다가 보면 호미로 찍히고 그라거덩. 찍힌 감자는 오래 못 가 썩지. 감자들 중에서 썩은 게 있으면 고거로 물속에다 담가 놓는 기라. 그라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갈아 준다카이. 그러면 감자가 물 속에서 푹푹 썩지. 썩은 윗물을 어려 번에 걸쳐 비워 내고 나면 나중에 거무튀튀한 가루만 물 밑바닥에 남지. 고게 감가 전분인기라. 고걸 넣고 시루에 푹 찌면 된다.”

 썩은 감자로 만드는 음식의 레시피다. 이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할머니의 레시피>(아이세움)를 읽으면 정답을 알 수 있다. 바로, 감자떡의 레시피다. 책은 외할머니와 손녀가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음식 이야기를 들려준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덕분에 서현이는 방학을 외할머니와 보내야 했다.  재래식 변소, 모기, 컴퓨터는 물론이고 가까운 곳에 슈퍼도 없는 외갓집에 정말 오기 싫었다.

 서현이는 모든 게 불편하기만 하다. 특히 재래식 변소는 정말 싫다. 구더기가 나오는 변소를 요즘 아이들은 상상할 수 있을까. 서현이처럼 똥통에 빠지고 외할머니에게 화를 내고 집으로 간다고 큰 소리를 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시골에 보낸 엄마를 원망하고 외할머니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는 서현이의 마음은 내 아이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외할머니는 손녀가 너무 예뻐서 이것 저것 손수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썩은 감자로 만든 감자떡, 상추를 넣은 시루떡, 과자나 사탕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젤리처럼 예쁘고 달콤한 오미자편 등 입맛 당기는 외할머니의 요리가 가득하다.

 혼자 지내던 외할머니는 서현이가 있어 맛있는 음식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즐겁기만 하다. 서현이는 외할머니와 함께 마실도 가고 음식을 만들면서 외할머니의 고마움을 느낀다.  자식을 모두 도시로 보내고 외롭게 생활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경로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을 치 시고 여행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좋아하시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하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진짜 맛을 알려준다. 수록된 18가지 레시피는 정말 요긴하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알려주는 경상도 만의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장떡은 바로 반죽해서 먹어야 한다는 사실, 썩었다고 버리기만 했던 감자가 영양  가득한 떡으로 변신하니 정말 놀랍다.

 물론 동화책이 맞다. 그러나 아이들만의 책은 아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엄마 아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어렸을 적 먹었던 음식이나 재미있던 놀이를 이야기해준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어렵고 멀게만 여겨졌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확인할 수 있다. 학원 다니느라 바쁘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레시피>는 배려와 따뜻한 감성을 안겨줄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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