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함께 읽어볼 '털복숭이 토끼'
어른도 함께 읽어볼 '털복숭이 토끼'
  • 문희 시민기자
  • 승인 2010.08.31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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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털북숭이 토끼야, 고마워>(대교출판,2010)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같다. 동화책은 자고로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활자 하나하나가 독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책이 바로 어른을 위한 책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른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주인공은 털북숭이 토끼와 함께 추억 속을 여행하는 한 할머니이다. 주인공이 아이가 아니란 점이 독특하다.

어느 날 할머니는 동물원이 닫힌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다. 그곳에서 동물들도 울고 할머니도 울었다. 할머니는 아빠의 어깨 위에 앉아 동물원을 구경했던 추억에 잠긴다. 동물들은 서커스단에 팔려가거나,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갔다. 일부는 어둠을 틈타 도망갔다. 텅 빈 우리에 남은 동물은 늙고 힘없는 털북숭이 토끼뿐이다.

할머니는 도시 전체가 전염병이 돌아 모두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아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이때 할머니는 털북숭이와 함께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여행했던. 하늘을 신나게 날아다니던 그 시절.

“봄이면 나는 숲 속 가득한 향기에 깨어나곤 했어. 숲길이 건반처럼 춤추면 경쾌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졌지. 우리는 날아가는 구름을 잡아타고, 바람과 함께 하늘을 마구 날아다녔어. 구르기 놀이는 아무리 해도 싫증나지 않았지. 아름다웠던 모든 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 때 털북숭이 토끼는 할머니를 데리고 하늘을 날아오른다. 그들은 하늘에서 아름다운 시골마을과 산과 강을, 바다를 세상을 본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할머니의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는 행복한 오후를 선물한 털북숭이 토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털북숭이 토끼야 안녕! 안녕!”

그 후 할머니는 친구가 되어 여행을 떠나 줄 누군가를 찾아 길을 걷는다. 더 먼 곳으로 가고 싶은 소망과 함께.

이 책은 동화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나마 백보다 흑이 더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은 너무 좋고 사랑스럽다. 다른 동화책처럼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은 없지만 그 안에 섬세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안에 있는 단단한 무언가를 건드리고 허물어뜨린다.

이 책은 우리에게 털북숭이 토끼가 되어 빛바랜 추억으로 데리고 가 줄 것이다. 읽다 보니 윌리엄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이란 시가 생각난다.

“한 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는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쩌랴 /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절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 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마지막으로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때의 즐거운 추억을 넌 아직도 기억하니?”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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