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 일이?] 노무현이 소설을 썼다?
[책속에 이런 일이?] 노무현이 소설을 썼다?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6.0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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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시절 병원에서 습작...글쓰기 애정 뿌리깊어


[북데일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통)의 세 가지 즐거움(삼락-三樂)은 책, 글쓰기, 그리고 담배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가 모두 작가나 글쟁이의 취미와 거의 똑같다는 것.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담배는 글쓰기의 필수품이다. 이는 '노통'이 매우 감성적인 사람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변호사 혹은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노통은 무엇이 되었을까? 만약 그가 사법고시를 보지 않았다면?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전자의 답은 작가가 아닐까 싶고, 후자의 답은 '신춘문예에 도전하지 않았을까'이다.

자전적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새터)책에 따르면 노무현은 글쟁이 기질이 다분하다. '운동'을 시작하고 '의식화'되기 이전, 그는 경상도 사내의 고집과 왜곡된 여성관을 갖고 있었다. 그는 책을 통해 부끄러운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는 "남자한테는 여자 서너 명은 있어야 한다."며 그 중 하나를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오솔길용"으로 꼽았다. 사실 예술가치고 인생과 예술을 논할 이성 친구 하나쯤 있으면 하는 생각을 안 해본 이는 없을 터. 한 예로 안평대군은 여덟 궁녀를 뽑아 시문을 가르치며 '벗'을 삼은 적이 있다.

여하튼 노통은 그 발언 때문에 운동권 청년들로부터 비판을 당한다. 그는 이후 여성에 관한 책을 읽으며 행동과 사고방식에 깊은 반성을 했다.

우리가 노통에 반한 이유는 바로 솔직함과 동질감이다. 서민과 같은, 혹은 웬만한 서민보다 못한 삶에 공감하고, 노력과 열정에 의해 꿈을 이룬 삶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노통은 붓글씨도 잘 썼다. 초등학교 때 교내에서 제일 잘 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또한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책엔 실제로 노통이 습작을 했다는 사실이 나와 있다. 노가다 시절, 부상을 당해 입원했다. 그 때 병원의 한 간호사에게 상처를 받았다. 마음이 있었지만, 간호사는 노통의 남루한 행색 탓인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어린 나이, 그 때 받은 상처가 적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 있는 동안, 두 편의 단편소설 습작을 썼다. 하나는 밥값을 떼먹고 도망친 막노동판 이야기였다. 다른 하나는 자전 소설이다.

'꿈을 가진 청년이 어려움 속에서 공부를 한다. 책값을 벌고자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병원에 입원해 간호원에게 연정을 품고 애태우다가 말 한 마디 못하고 퇴원해 집으로 돌아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책을 통해 습작의 서두가 "쏴- 하고 물소리가 들린다. 그는 얼른 일어나 창가로 달려간다."였다고 털어놓았다.

알고보면 글쓰기에 대한 그의 애정은 뿌리가 깊은 셈이다. 유서에도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나와 있다. 퇴임 후, 그리고 현실정치에서 어느 정도 손을 뗀 시기, 그는 아마도 문학작품을 하나쯤 쓰지 않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웠다던 담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좋아했다는 책과 글쓰기에 대한 신드롬은 왜 일어나지 않는 건지 아쉬움이 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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