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키운 ‘0.1그램의 희망’ 나눠주기
소중히 키운 ‘0.1그램의 희망’ 나눠주기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5.15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한국의 호킹' 이상묵 교수


[북데일리] 2006년 7월 2일 미국. 한 연구팀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야외 지질탐사에 나섰다. 사막 한가운데서 차가 전복됐다.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다쳤다. 전신마비. 그로 인해 인생은 말 그대로 180도 달라졌다. 우연의 일치일까. 끔찍한 악몽을 가져다 준 탐사의 마지막 코스의 이름은 '데스밸리(Death Valley)'였다.

서울대 이상묵 교수의 이야기다. 최근 그의 자전 이야기가 책을 통해 소개됐다. <0.1그램의 희망 (삶의 매 순간은 신성하다)>(랜덤하우스. 209). 아마 눈물이 많은 독자들은 0.1그램이란 단어에서 희망보다는 슬픔을 느낄지 모르겠다. 사고를 당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책의 어느 한 장면에서 반드시 울컥할 테니 말이다.

이상묵 교수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릴 만큼 이미 세간의 화제가 됐다. <뉴욕 타임스>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같은 언론도 장애인의 귀감이 된 그의 사연을 다뤘다. 하지만 장애에 초점을 맞추는 건 이 교수에게 실례가 아닐까 싶다.

과학자의 꿈을 키운 학창시절 그리고 일에 몰두했던 '직장'시절은 그가 삶을 참 열심히 산 사람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그날, 악몽의 사고 역시 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건 우연이 아닌 듯싶을 정도다.

이 교수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까닭은 장애를 받아들이고, 삶을 감사하며 진지하게 오늘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표지에 실린 그의 해맑은 미소가 책의 전부를 말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난 바램은 이 교수가 몸담은 해양학과 지질학과 같은 학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이상묵 교수는 지금까지 국제 관계상의 문제로 인해 거의 탐사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북쪽 해역에 대한 해양조사를 실시하면서 동아시아 지반 안정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해저확장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증거를 포착한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학계에 발표했고, 남부 필리핀 해와 캐럴라인 판에 관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되었다. 전 세계의 지구과학계에서는 이 교수가 탐사했던 지역을 ‘이상묵의 부동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에겐 희망이 있다. 몸의 대부분이 '잠자는 세포'이지만, 0.1그램 정도 될까 말까한 희망의 세포는 살아있다. '영혼의 무게에도 못 미치는 실낱같은 희망'을 키워 남에게 나눠주는 이 교수의 앞날에 행운을 빌어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