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웅박 팔자' '고릿적'은 무슨 뜻?
'뒤웅박 팔자' '고릿적'은 무슨 뜻?
  • 하수나 기자
  • 승인 2009.02.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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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우리 옛 것에 대한 백과사전


"옛날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그보다 더 먼 옛날 고릿적에는..."

[북데일리] 우리네 할머니가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 꼭 하던 말.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릿적'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한번쯤 궁금증을 품어본 적이 있을 터.

보리에서 출간된 겨레전통도감 <살림살이>(보리, 2009)에 따르면, 그런 표현들은 '고리'라는 살림살이를 쓰던 옛날이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쓰던 말이었다고. 고리 가운데서도 조금 작고 둥글게 만든 것을 동고리라 하는데 이것은 고리버들 가지를 엮어서 동글납작하게 짠 뚜껑 있는 상자로 음식을 넣어두곤 했다.

어느 곳에 자주 들락거릴 때 흔히 빗대어 말하게 되는'풀 방구리 쥐 드나들듯 한다'는 속담에서도 우리의 옛 살림살이가 숨어있다. 방구리는 물을 길어 나르거나 음식을 담아두던 작은 항아리. 물동이보다 조금 작은데 배가 부르고 양쪽에 손잡이가 달려있다.

이 방구리에 쌀이나 밀가루로 쑨 풀을 놓아두면 쥐가 풀을 먹으러 자꾸 방구리를 들락거리는 모습에서 그런 속담이 생긴 것.

'끈 떨어진 뒤웅박'이란 옛말에도 살림살이에 관한 깊은 의미가 깃들어있다. 뒤웅박은 박을 타지 않고 꼭지 언저리에 손이 들어갈 만하게 구멍을 뚫어서 속을 파내어 말린 바가지다. 두레박대신 쓰던 뒤웅박에서 끈이 떨어지면 우물 속을 외로이 둥둥 떠다닐 수밖에 없으므로, 의지할 데가 없이 외롭고 불안하게 된 신세를 빗대게 됐다고.

또한 뒤웅박은 안에 넣어두는 물건에 따라 쓰임새와 가치가 달라졌다. 부잣집에선 뒤웅박에 쌀 같이 귀한 것을 담고,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 같은 것을 담아 윗목 천장이나 방문 밖에 매달아 두었다. 여기에서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겨레전통도감의 첫 번째를 장식하게 된 <살림살이>는 이처럼 우리말 속 살림살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들려주는 것은 물론 옛 어른들의 지혜가 숨쉬는 128가지 살림살이를 세밀화를 통해 알려주며 아이들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소쿠리와 광주리가 어떻게 다른지, 주발과 바리, 대접, 보시기 같은 그릇들이 각각 어떤 경우에 쓰였는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4절기에 맞춰 장 담그기와 화전놀이, 더위 식히기, 차례지내기, 김장하고 메주 빚기 등 한 해 살림 모습과 풍경들을 인상적인 그림으로 담았고 그 과정 역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하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옛사람들의 지혜와 삶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진 '살림살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옛 것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하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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