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잠자리이다. 성관계가 끝난 후 남자는 여자에 '대체로' 무관심하다. 심지어 등을 돌리거나 곯아떨어지는 이도 있다. 여자는 이런 류의 남자를 보면 정이 뚝 떨어진다. 남자로부터 포옹당하고 싶고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남녀라면 그 순간에 서로 이해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유명한 존 그레이가 최근 펴낸 <충돌>(동녘라이프. 2009)은 남녀 차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번 책엔 스트레스가 화두다. 남녀간 차이로 인한 갈등에 불을 붙이는 게 바로 스트레스다. 존 그레이 역시 스트레스가 남녀관계를 해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일단 이 책의 효과를 좀 더 누리려면 '화성남자-금성여자'를 이해해야 한다. 남자는 화성에서 온 존재여서 목표지향적이고 신뢰받기를 원하지만, 여자는 금성에서 온 존재로 관계지향적이다. 이번 책은 이런 전제하에 남자와 여자가 늘 싸우는 문제에 대하여 살펴보고 있다.

남녀가 호르몬에서부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상식.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이 주된 성호르몬이다. 육체적인 힘과 신체 모양, 성적 능력, 지배욕, 경쟁심, 추진력, 창의력을 뒷받침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이 호르몬 양이 20배~30배나 많다.

"남자가 일에서 성공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무리 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놓고 고민할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떨어지기 시작하며 용기도 저하된다. 의기소침한 남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낮다." p86

남자는 하루를 지내면서 점차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 아침에 높다가 일에 지치면 감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만약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하면 풀지 못한 스트레스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 그러면 성욕이 감퇴하고 침울해지며, 까다로워지고, 화를 잘 낸다.

반면 여성의 중요한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다. 분만이나 수유 그리고 성관계로 오르가즘을 느낄 때 생성된다. 마음을 나누고, 돌보고, 배려할 때 수치가 오른다. 반면 무시당하거나 버림받았다고 느끼면 떨어진다.

자, 그러면 이런 남녀 호르몬의 차이가 섹스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올까. 남자와 달리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생활에 흥미를 잃는다. 남자는 잃는 사람도 있지만 더 강화되는 이도 있다.

성행위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지만, 오르가슴은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성적인 절정감은 일시적으로 여성의 옥시토신 지수를 끌어올리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떨어뜨린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관계 직후의 서로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남자는 관계지후에 테스토스테론이 한동안 떨어져 있다. 그 때문에 조금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 반면 남자는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가서 상대의 품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따라서 여자는 남자의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게 좋고, 남자는 여자의 상황을 알고, 부드럽게 안아주는 게 필요하다.

책은 저자의 전작처럼 남녀 차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책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금성에서 점수를 따는 법'이다. 금성은 바로 '여성의 나라'다. 이 나라엔 법칙이 '화성'과 다르다. 아마 남자들은 읽으며 색다른 흥미를 느낄 것이다.

먼저 금성에선 사랑이 담긴 선물은 크든 작든 점수가 같다. 반면 표현 방법이나 횟수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히터를 틀어줄 때, 그냥 틀어주면 1점을 얻는다. 그러나 "당신 좀 추워 보이는데 히터를 틀어줄까?"라고 말하면 3점을 얻는다.

그녀를 생각하고, 마음을 헤아린 데서 1점.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뭔가 해주겠다고 한 데서 1점. 히터를 켜는 행동으로 1점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저자의 조언에, 많은 남성들이 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장미 꽃다발을 선물하고 2점을 받기 보다는 한 송이씩 열두 번 선물하고 24점을 얻는 게 낫다"-p138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김지우기자 dobe0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