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한국판 배트맨 있었다?
임진왜란 때 한국판 배트맨 있었다?
  • 한지태기자
  • 승인 2009.02.09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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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이런 일이?] 새책 <화염조선>, 첫 한국비행기 소개

 
   
 
[북데일리] 2005년 12월 12일 오후 3시~4시 사이. 프랑스 동부 알프스 지역의 애통 형무소. 난데없이 헬기 하나가 교도소 앞마당에 날라들었다. 죄수 3명이 급히 헬기에 올라탔고, 곧바로 유유히 하늘로 사라졌다. 정말 영화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임진왜란 때 일어났다. 일본군이 전라도로 북상하던 중 진주성에서 대치하게 됐다. 일본군이 성을 포위하고 있을 때 홀연히 비차(혹은 비거-하늘을 나는 수레)가 날아들었다. 고립된 진주성은 이 비차를 이용, 외부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사람을 탈출시키기까지 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오는 기록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당시 영남의 어느 성이 왜군에게 포위당했을 때 그 성주와 평소 친분이 두텁던 어떤 사람이 '나는 수레', 곧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중으로 날아 들어가 성주를 태워 30리 밖에 이름으로써 인명을 구했다."

30리면 12킬로미터. 적잖은 거리다. 때가 1500년대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사람을 구출한다는 면에서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과 다를 바 없다. 이 비차를 만든 인물은 전라도 김제 사람 정평구다.

이 '뉴스'는 우리나라의 전통 '병기'를 다룬 새 책 <화염조선>(글항아리.2009)에 등장한다. 한국 최초 비행기인 이 비차와 정평구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예전에 KBS '역사스페셜' 팀이 방송 제작을 위해 이규경의 기록을 토대로 정평구의 비차를 복원, 시험비행을 시도한 적 있다. 당시 제작팀은 대나무나 광목과 같은 자재를 이용 비차를 만든 결과, 20미터 높이에서 70미터까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염조선>은 정평구 외에 다른 '비행사'도 소개했다. 이규경이 '오주연문장전산고'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호서, 충청도 노성 지방에 사는 윤달규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정밀하고 교묘한 기구를 만드는 재간이 있어 비거를 창안하여 기록해주었다... 비거는 날개를 떨치고 먼지를 내면서 하늘로 올라가 뜰 안에서 상보하듯이 상하 사방을 여기저기 마음대로 거침없이 날아다니니 상쾌한 감은 비할 바가 없다. 비거는 수리개와 같이 만들고 거기에 날개를 붙이고 그 안에 틀을 설치하여 사람이 앉게 했다... 이것은 붕새가 단숨에 천리를 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비거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항공시대를 열었던 라이트형제의 동력비행기와 19세기 초반 서양에서 처음 등장한 활공용 행글라이더보다 무려 300여년 앞서 만들어져 군사작전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라며 "우리 선현들의 첨단과학 기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계승하지 못했으며, 그 빛나는 업적마저 지워지게 했다"고 아쉬워했다.

<화염조선>은 다양한 우리 전통무기들을 다루고 있다. 최무선의 화약부터 휴대용 대포, 최초 로켓인 화차, '해상의 탱크' 거북선, 그리고 비행기까지 시대마다의 첨단무기를 소개하고 있다.

앞이 편편한 도끼날 촉을 끼운 화살로도 호랑이의 두개골을 관통시킬 정도의 위력을 지녔던 고구려 각궁이나 여덟 마리의 소로 시위를 당겨야 할 만큼 강한 활 틀을 지녔고, 최대 100발을 날렸던 '팔우노' 이야기가 흥미롭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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