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 여자네 집'...노래+연극=감동
시 '그 여자네 집'...노래+연극=감동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03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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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작품....정겹고 푸근한 느낌 '오감만족'

[북데일리] ‘살구꽃’, ‘은행나무’, ‘저녁연기’, ‘하얀 눈송이’... 시인 김용택이 추억했던 ‘그 여자네 집’은 밝고 따뜻했다. 이를 확인시켜준 이는 작곡가 김현성과 배우 김경락. 2일 저녁 7시 30분 역삼1 문화센터에서 열린 ‘북앤송 콘서트’에서 둘은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노래와 연극으로 그려냈다.

그 여자네 집은 약 5쪽 분량의 장시다. 시인이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썼다. 김현성은 이를 쪼개 5곡의 노래로 재구성했다. 김경락은 직접 대본을 쓰고, 시인 김용택의 역을 맡아 낭독과 연기로 각 노래 사이를 채웠다. ‘Poem Drama'라고 이름 붙인, 노래와 연극이 어우러진 시극이었다.

소리는 다른 어떤 문학행사보다 풍성했다. 무대에 꽉 들어찬 악기 때문이었다. 공연에는 어쿠스틱 기타 셋, 키보드 둘, 장구, 꽹가리, 퍼커션, 아코디언, 멜로디언 등 여러 악기가 동원됐다. 여기에 8명의 연주자 겸 가수가 나섰다.

이들은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으로 시작되는 첫 번째 노래를 불렀다. 잔잔한 선율의 노래였다.

이어 김경락은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부분을 낭독하며 그 여자네 집을 묘사했다. 한 없이 행복한 표정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에 빠진 시인의 얼굴이 겹쳐졌다.

그렇게 노래와 연극을 번갈아가며 선보였다. 각 노래는 분위기가 모두 달랐다. 3번째 노래는 국악기와 국악 장단을 빌린 흥겨운 곡이었다. 마지막 노래는 경쾌한 블루스 리듬을 타기도 했다. 여기에 공연 내내 푸근한 조명이 곁들여져 절로 첫사랑의 행복감이 떠올랐다.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저마다의 기억 속 그 여자 혹은 그 남자를 추억하는 듯 보였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행사는 다양한 책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가수 겸 작곡가 백창우는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기형도의 시 ‘빈집’을 각각 노래로 불렀다. 시퍼런 조명 밑에서 흐느끼듯 부르는 노래와 음울한 낭독이 인상적이었다. 김현성은 화가 이중섭의 서간집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을 가지고 만든 노래 4곡을 열창했다. ‘노래로 듣는 독후감’이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 무대였다.

이날 행사는 강남구립도서관이 주최하고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주관했다. 연출과 음악감독은 김현성이 맡았다. 그 외에 노래패 우리나라. 포크가수 이수진, 작곡가 정은주가 함께 무대를 꾸몄다. 김용택이 특별출연해 그 여자네 집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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