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이런일이]신상녀-된장녀 위한 과학적 변명?
[책속에이런일이]신상녀-된장녀 위한 과학적 변명?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02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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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상품 구매는 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결정

[북데일리] '신상녀' 서인영은 구두광(狂)이다. 새롭고 예쁜 명품 구두에 집착한다. 비단 서인영 뿐만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좀 더 예쁘고 화려한 구두를 선호한다. 구두 말고 옷과 향수 등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제품을 사는 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들이 생각 없는 ‘된장녀’라서 그럴까. 알고 보면 이는 마냥 욕할 일이 아니다. 여성들은 뇌의 지배를 받고 있을 따름이다. 신간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흐름출판. 2008)를 쓴 독일의 경제학자 한스-게오르그 호이젤이 그 비밀을 밝힌다.

잠재적 파트너를 유혹하기 위한 옷과 향수

저자에 따르면 진화생물학적인 이유에서 모든 유기체는 진화의 사명을 갖고 있다. 여성의 경우 후세를 위해 가족을 보호하고 부양할 능력이 있는 유능하고 성실한 남성 파트너를 갈구한다. 그러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파트너의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가능한 많은 잠재적 파트너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이다. 구두, 옷, 화장품 등은 그런 매력을 가꾸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모든 여성들이 ‘진화의 사명’을 의식하고 옷과 향수를 사는 건 아니지 않는가. 물론 진화생물학을 염두하고 향수를 뿌리는 여성은 거의 없다. 여성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여성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에스트로겐은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머릿속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다음 여성들을 자극하여 매력이 커지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어떨까. 남성들 역시 진화의 사명을 갖고 있다. 다만 방식이 틀리다. 남성들은 가능한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많은 후세를 생산할 때 유전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다. 이를 자극하는 건 남성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남성의 뇌 속에 있는 테스토스테론은 다른 남성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데 필요한 강인함을 요구한다”고 전한다.

이런 남녀 간의 차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향수 광고가 있다. 아래 왼쪽 사진은 2명의 여성을 끼고 있는 남자 향수 광고다. 오른쪽은 여성 혼자 매력을 발산하는 향수 광고다. 전자를 두고 저자는 “이 향수를 사용하면 많은 여성을 유혹할 수 있다”며 공공연히 떠든다고 말한다. 후자에 대해서는 “이 향수는 당신을 가치 있고 매력적인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분석한다.

성호르몬에 따른 남녀 간의 차이

성호르몬의 특성을 알면 남녀 간의 여러 차이를 명쾌하게 풀 수 있다. 이를테면 남성들이 마트에서 진열대 위치를 잘 못 찾는 현상이 있다. 이는 테스토스테론 탓이다. 저자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 남성의 눈은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것에 몰두하는 데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남성들은 상품 진열대를 대충 쓱 훑어보는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한다.

이는 실제 실험 결과로 증명된 바 있다. 님펜부르크 연구팀은 여러 상점에서 ‘아이트레킹’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남성과 여성이 상품 진열대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관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이트래킹을 사용하면 고객의 눈길이 이디로 향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특정 지점에 머무는지 기록할 수 있다. 다음은 남성과 여성의 비교 사진이다.

몇 가지 더 살펴보자. 에스트로겐의 특징은 환상과 향유, 공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은 상품을 구입할 때 전체 비중의 70%를 제품에, 나머지 30%를 판매원에 둔다. 판매원과 감정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물건을 산다는 이야기다. 다른 여성의 개인적인 체험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 입소문 마케팅이 여성들에게 더 잘 먹히는 이유다.

남성은 정반대다. 규율과 통제를 요구하는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정돈되고 명확하며 체계적인 정보를 중시한다. 테스트 보고서, 잡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물건 구매를 결정하는 것.

성호르몬 특성에 따라 마케팅 방향 달라져야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마케팅 방향이 각각 달라야 한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뇌 속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호르몬 혼합 양상은 마케팅에 또 다른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 몇 년간 성공을 거둔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는 성별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지향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책은 뇌 과학과 마케팅을 접목한 연구 결과를 담았다. 소비자들의 구매행위가 뇌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무의식들이 충돌하며 나타난 결과라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롭다.

(사진제공=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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