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의 레스토랑 창업 성공기
홍석천의 레스토랑 창업 성공기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0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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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바' 오해 벽 넘어...지금은 자산가치 40억

“어머, 여기 게이반가봐.”

[북데일리] 배우 홍석천이 레스토랑을 막 차렸을 때다. 우연히 들른 손님들은 그의 얼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게이’라는 한 마디를 툭 내뱉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때마다 홍 씨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신간 <나만의 레스토랑을 디자인하라>(엠북스. 2008)에서 그는 6년 전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 따르면 2002년 이태원에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워플레이스’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00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방송에 쫓겨나 차린 레스토랑이었다. 돈도 적지 않게 들였다. 투자비용만 1억 8천만원. 방송활동을 하며 저금해둔 돈과, 방송 퇴출 후 밤새 클럽DJ 일을 하며 모은 돈 전부를 쏟아 부어 만든 가게였다.

그런데 1년 동안 파리만 날렸다. 하루 평균 매출은 8만 원에서 9만원이 고작이었다. 종업원들은 월급을 받는 걸 미안해했다. 간혹 20만원 넘게 벌면 스탭들은 축하파티를 열었다. 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 눈을 의심했다. 그 정도로 상황은 최악이었다.

게다가 게이바라는 엉뚱한 소문이 퍼지면서 운영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매달 천만 원 가량씩 적자를 보며 위태롭게 굴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기획부동산에서 2억 5천만 원에 가게를 팔아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구석구석 정성을 깃든 레스토랑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껏 들인 투자비용도 아까웠다. 특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홍석천이 방송에서 쫓겨나고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그것도 망했더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이를 악문 그는 살 길을 모색했다. 당장 손해를 메우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클럽에 나갔다. 낮에는 장사를 하고, 저녁 10시부터 새벽 4시 30분까지는 클럽에서 DJ를 했다.

하루에 5군데를 뛰고 집으로 돌아온 날에는 침대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러나 마냥 잘 수는 없었다. 잠깐 눈만 붙이고 일어나 장을 봐야 했다.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고, 테이블에 꽂을 꽃들을 사서 가게로 돌아왔다.

그러기를 1년. 아워플레이스만의 독특한 수익 모델을 찾아냈다. 바로 파티였다. 당시 오픈 1주년 기념으로 레스토랑에서 조그만 파티를 열었다. 단골손님들을 위해 가벼운 먹거리를 준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인기가 좋았다. 이태원의 경우 외국인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파티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었던 것. 당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캐주얼한 파티 메뉴를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아워플레이스의 파티는 대박을 터트렸다.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덩달아 국내 젊은 층도 파티 장소로 아워플레이스를 이용했다. 그렇게 그는 재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책은 홍 씨가 커밍아웃 이후 사업에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 홍 씨는 이태원에만 3개의 레스토랑과 바(Bar)를 운영 중이다. 이제 곧 4번 째 레스토랑이 오픈할 예정이다. 그의 자산가치만 무려 40억 원이다. 좌절을 딛고 일어선 그의 분투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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