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오바마의 적과 아군들
[화제의책]오바마의 적과 아군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13 0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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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외교관이 쓴 오바마 열풍의 실체

[북데일리]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오바마 열풍’이 불고 있다. 연일 신문 1면을 그의 이름으로 장식하는 건 물론 수많은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시콜콜한 일까지 보도하는 행태에 가끔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서점가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당선과 함께 특별 매대가 설치됐고, 온라인 서점 첫 화면에는 온통 그의 얼굴이다. 새로 나온 관련 책이 순식간에 동나고, 구간 역시 다시 주목 받고 있다는 환호성도 들려온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젊은 차기 대통령, 게다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그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인지상정이다. 아쉬운 건 이런 ‘오바마 특수’를 누리는 책들 대부분이 오바마의 인생과 성공비결에만 주목한다는 점이다. 자칫 아직 일도 시작하지 않은 대통령 오바바의 ‘위인 만들기‘에 그치진 않을까 걱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간 <오바마 시대의 세계를 움직이는 10대 파워>(새로운제안. 2008)는 색다른 시각으로 눈길을 끄는 화제의 책이다. 현재 출간 즉시 초판을 모두 팔고, 바로 2쇄에 들어가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 책은 다른 오바마 관련 책과 다르게 현실을 직시했다는 점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으로 재직 중인 저자 우태희의 다음과 같은 말이 책의 성격을 잘 대변해 준다.

“문제는 10대 파워집단 중 오바마의 친위세력은 전통적 진보주의자, 진보적 싱크탱크, 인터넷 언론, 진보시민단체 정도뿐이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모두 오바마를 적대시하고 있고 특히 부시정권의 수혜자들인 군산복합체, 에너지기업 등은 당연히 개혁에 저항할 것이다.”

책은 제목에 오바마를 내걸었지만, ‘용비어천가’식의 오바마 띄우기에 골몰하진 않는다. 오바마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그를 미국의 실세에 주목한다. 저자가 꼽은 실세는 전통적 진보주의, 온건 보수주의, K스트리트(로비스트), 군산복합체, 다국적기업, 월스트리트, 에너지기업, 진보적 싱크탱크, 인터넷 미디어, 시민운동단체다.

저자는 “미국의 정치권력은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기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며 ”필자가 얻은 결론은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진정한 파워집단은 진보주의자, 네오콘, 로비스트, 싱크탱크, 언론, 시민단체, 대기업 등 워싱턴에 정보와 인력, 정책아이디어, 자금을 공급하는 다수의 집단이라는 사실“이라고 전한다. 이는 곧 오바마 혼자서는 아무리 변화를 외쳐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책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지출된 총로비자금은 198억 4,000만 달러다. 이 중 록히드 마틴, GM, 엑슨모빌, 포드 등 미국의 18개 대표기업이 10년간 뿌린 로비금액은 59억 달러에 이른다. 만약 이런 엄청난 자금력으로 정재계를 주무르는 로비스트들이 오바마에 등을 돌린다면? 아마 그가 부르짖는 개혁은 쉽지 않을 터다.

그렇다면 저자는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싶은 걸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10대 파워를 분석한 뒤 오바마의 개혁과제를 제시한다. 그는 “오바마가 개혁에 성공하려면 온건 보수주의자들과 하루빨리 타협을 하고 K스트리트의 로비스트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동시에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모색한다. 그 중 현직 외교관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 눈에 띈다.

“워싱턴에는 ‘포토맥 열병’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로비스트와 정치지망생들이 몇 번의 낙오와 좌절을 겪고도 워싱턴을 떠나지 못하고 재수, 삼수를 하면서 열병처럼 K스트리트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워싱턴에서 근무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포토맥 열병’에 걸린 한국계 로비스트들이 좀 더 많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지금도 물론 K스트리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변호사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 국익을 주장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취약한 상태다-중략-지금이야말로 한국계 로비스트들을 육성하고 지원해서 워싱턴 정계에 많이 진출시키는 ‘코리아 프로젝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바마의 미국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를 둘러싼 적과 아군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까. 혹 적과 아군이 뒤바뀌진 않을까. 이런 현실 정치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장밋빛 환상에서 한걸음 물러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할 만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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