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 하나를 집 한채와 바꾼 백수
클립 하나를 집 한채와 바꾼 백수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0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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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문 물물교환의 결실...도전과 실천의 중요성

[북데일리] 신간 <빨간 클립 한 개>(소담출판사. 2008)는 한 ‘비범한’ 청년의 이야기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평범에서 비범으로 거듭난’ 청년의 인생 역전기다.

주인공은 캐나다에 사는 카일 맥도널드(25)다. 2005년 당시 그의 직업은 백수. 이력서를 쓰느라 매일 머리를 쥐어뜯던 ‘평범한’ 실업자였다. 직장인 동거녀 도미니크의 ‘보호’ 아래 이력서 쓰기에 매진했던 그는, 더 이상 그렇게 살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 매달 집세 독촉에서 벗어나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직자가 힘이 있나. 아이디어 하나에 승부를 걸었다. 바로 물물교환. 자신의 물건을 바꿔나가 집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집어든 게 빨간 색 클립이다. 아무데나 굴러다니는 그 클립 말이다.

그는 ‘평범한’ 클립 하나로 집을 얻겠다는 ‘비범한’ 아니, 솔직히 말하면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곧장 물물교환이 가능한 인터넷사이트 크레이그스리스트에 글을 올렸다. 거기에 추신을 덧붙였다. 역시 기가 차는 발상이었다.

“추신: 저는 이런 식의 상향 거래를 계속해서 집을 얻을 계획입니다. 아니면 섬을 얻거나, 아니면 섬에 있는 집도 괜찮겠지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누가 이런 글에 반응을 보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성공했다. 1년 간 물물교환을 반복한 끝에 클립 하나로 집을 얻었다.

시작은 초라했다. 반응은 미미했고, 교환하자는 물건도 별 볼일 없었다. 여러 물건 중 카일은 물고기 펜 한 개와 바꿨다. 이후 그는 문손잡이, 캠핑 스토브, 빨간 발전기로 교환해 나갔다.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자신의 소감은 물론 교환자와 찍은 기념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발전기를 올렸을 때부터 반응이 커졌다. 카일의 기상천외한 게임이 알려지면서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자신의 물건과 교환하자는 전화도 끊임없이 왔다. 블로그는 하루 밤 새 평균 방문자 수 30명에서 3만 명으로 훌쩍 뛰었다.

그는 이런 유명세를 적극 이용했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알리는데 꺼려하지 않았고, 이는 더 많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물물교환은 급물살을 탔다. 발전기는 즉석 파티세트로 변했고, 이는 스노모빌로 대체됐다. 이후 야크 여행권, 큐브 밴, 음반취입 계약서로 진화했다. 나중에는 락가수 앨리스 쿠퍼와의 데이트, 영화 출연권까지 얻었다. 영화출연권은 그의 최종 목표였던 집 한 채로 변신했다.

책은 이런 믿기지 않는 과정을 담았다. 블로그에 직접 올렸던 글은 물론 자신에게 왔던 교환 요청 메일, 당시의 정황을 소상히 소개한다. 한 장 씩 넘길 때마다 변해가는 빨간클립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먼저 웹2.0 시대의 개인 블로그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또 물물교환으로 영화출연권을 얻은 놀런 허버드가 실제 오디션에 통과해 배우의 꿈을 이뤘다는 점이나, 앨리스 쿠퍼가 약속을 지켜 자신의 팬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훈훈한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한 사람의 목표를 위해 여러 사람이 발 벗과 나서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점 역시 그렇다.

무엇보다 도전의 가치와 실천의 중요성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세한탄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 목표를 이룬 한 청년의 엉뚱한 도전. 매력적인 이야기다.

(사진제공=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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