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이런일이] 대박 사업가된 야쿠자
[책속에이런일이] 대박 사업가된 야쿠자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2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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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에이그룹 대표 가토 슈시, 영화 같은 삶

[북데일리] 불량청소년을 자처했던 10대, 폭주적의 리더이자 야쿠자로 젊음을 탕진했던 20대, 촉망받는 사업가로 변신한 30대. 일본 (주)쇼에이 그룹 대표이자 (주)포지미디어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 가토 슈시의 인생이다. 신간 <꿈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멜론. 2008)는 그의 영화 같은 삶을 담은 자서전이다.

가토의 어린 시절은 밑바닥 그 자체였다. 알콜중독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늘 폭력을 휘둘렀다. 집에선 피가 터지고,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매일 밤 9살의 가토를 위탁시설에 맡겼다. 술집에 나가 일했던 그녀가 가토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파탄 난 가정에 내던져진 아이는 삐뚤어졌다. 9살에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싸움질을 일삼았다. 중학교 3학년 때는 폭주족에 가입해 거리를 누볐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이후의 삶은 뻔했다. 시너를 마시며 환락을 탐했고, 싸움과 폭주를 소일 삼았다. 이어 Y회를 결성, 야쿠자가 됐다. 그렇게 뒷골목 세계에 완전히 젖어 들었다.

그가 정신을 차린 건 경찰에 두 번째로 체포되고, 2년간 감방 생활을 할 때다. 거기서 가토는 뒷골목 인생을 전전하다 추하게 늙어버린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결국엔 감옥을 드나드는 인생이 되겠지. 그러다 사카기바라처럼 될 것이다. 물건을 슬쩍하거나 식당에서 먹고 튀는 자질구레한 범죄를 되풀이하다 바깥세상보다 이 안을 더 편하게 여기게 되리라.”(p95)

마음을 다잡은 그는 출소 후 건설회사 ‘사키네토목’을 창립했다. 창업자금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변변한 사무실이나 장비는 없었다. 폭주족 후배 7명과 삽 몇 자루가 전부였다. 처음에는 소꼽친구의 오빠를 통해 일거리를 따, 인부를 보내는 일을 했다. 그때부터 그는 남들 앞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창업 초반, 가토는 뒷골목 일을 병행했다. 조직원 간부에게 적지 않은 돈을 상납하며 버텼다. 그러기를 2년. 그는 500만 엔을 모아 여러 건설 설비를 갖췄고 사무실도 마련했다. 직원 수가 늘어남은 물론 연간 매출은 3,000만 엔을 넘어섰다. 그는 곧 조직을 탈퇴, 뒷골목 세계에서 벗어났다.

돈 때문에 조직을 나온 건 아니었다. 살인 사건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의 후배 중 한 명이 외국인과 시비 끝에 살인을 한 일이 있었다. 거기에 충격을 받은 그는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완전히 새 삶을 살 것을 다짐했다.

“동료들을 해방시켜주자. 형님으로부터 그리고 조직으로부터. 더 이상 힘으로 속박하는 짓 따위는 그만두자.”(p160)

양지로 나온 그는 일에만 전념했다. 지금 신메이건설은 공공사업을 맡아 할 정도로 사회적 신용이 두터운 회사가 됐다. 책은 이런 가토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그렸다.

현재 그는 일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꿈을 위한 NPO(민간비영리단체)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는 가토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희망을 전한다. 다음은 그의 꿈이다. 아름답다.

“사실 나는 너무나 외롭고 부정적인 겁쟁이에 불과합니다. 내가 한 것이라곤 바뀌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뿐입니다. 내 안의 작은 가능성은 때로는 나빠지고 때로는 뭉개지기도 했지만 이제 간신히 꽃을 피웠습니다. 이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분명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나와 같은 당신과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며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게 내 꿈입니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세요. 함께 앞으로 한 발 내디뎌요.”(p223)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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