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유미의 추천책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
소설가 서유미의 추천책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0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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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펼치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강점

[북데일리] 독서광에겐 늘 욕심이 있다.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갈증이 된다. 그래서 읽고 또 읽는다. 갈증이 풀릴 때까지 책방을 뒤져 책을 찾는다.

그런 책 갈증에 시달리던 여자가 있었다. 당시 그녀의 직업은 회사원. 지금은 소설을 쓴다. 지난해 문학수첩작가상과 창비장편소설상을 연달아 받으며 문단의 기대주로 떠오른 작가 서유미다.

여름휴가 마지막 날, 그녀는 책을 찾아 헤맸다. 터져 나오는 갈증을 채워 줄 책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앙리 프레데릭 블락의 소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열린책들. 1999)이다.

이야기에 매혹된 그녀는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끝을 보고 나서야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제목처럼 해가 질 무렵이었다.

“읽는 내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어요. 다 읽고 나서는 좋은 책을 만났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했죠.”

그녀가 꼽는 이 책의 강점은 흡입력이다. “분량도 길지 않고, 한 번 책을 펼치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행간을 가득채운 현대인에 대한 풍자와 냉소도 흥미진진하다는 평이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의 주인공은 광고기획 전문가 샤를르다. 그녀가 세를 얻기 위해 한 아파트에 들렀다가 엘리베이터에 갇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서 읽으면 더 재미있어요. 아니면 관찰자의 입장으로 봐도 흥미롭고요. 어떻게 읽건 상관없어요. 갇힌 자와 방관하는 자, 우리 안에는 그 두 개의 모습이 다 있으니까요.”

작가가 최근 읽은 책은 조지 오웰의 고전 <동물농장>(민음사. 1998)이다. 이미 한 번 읽었던 책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 인상 깊었던 책을 다시 보는 걸 좋아한다”는 그녀는 “시대를 초월하는 날카로운 풍자와 비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구성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매일 책만 읽고 산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요즘 그녀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좋은 소설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소설을 많이 써 놓으려고요. 내년엔 더 좋은 소설을 발표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갈증이 생겼다. 풀리지 않을 창작에 대한 갈증이다. 이를 풀기 위해 아마 작가는 부지런히 읽고 쓸 것이다. 그런 만큼 독자는 즐겁고, 문단은 살찔 터. 작가의 갈증이 영원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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