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문단의 화제작 '돼지우리'
스웨덴 문단의 화제작 '돼지우리'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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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빈곤층의 삶 생생히 묘사해

[북데일리] 수산나 알라코스키는 스웨덴 문단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작가다. 그녀는 데뷔작 <돼지우리>로 2006년 스웨덴 최고 문학상인 ‘어거스트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스웨덴에서만 30만 부가 팔렸고, 유럽 각지에 번역, 출간됐다. 신인 작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를 맛 본 셈이다.

그 화제작이 원제목 <돼지우리>(상상공방. 2008) 그대로 국내 출간됐다. 책은 1960~70년 대 스웨덴 빈민층의 삶을 다룬다.

주인공의 이름은 레나다. 핀란드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주해 온 소녀다.

새 삶을 찾아 스웨덴에 온 부모님은 오직 생존을 위해 온갖 잔업과 특근을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림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악화된다. 부모님은 암울한 현실에서 도망가려고 술에 손을 대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반가운 일이 생긴다. 생각도 못한 새 집이 생긴 것. 1960년 대 서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은 수만 채 아파트 ‘프리드햄‘이다. 비록 날림으로 지은 아파트지만 레나 가족에겐 더할 나위 없는 보금자리다. 물이 잘 나오고, 화장실이 집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부쩍 어깨에 힘이 들어 간 레나.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아이는 곧 충격을 받는다. 스웨덴 사람들이 프리드햄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고 나서다.

“돼지우리”

프리드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남부럽지 않는 자신들의 집이 남들에겐 고작 돼지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작가는 레나의 시선으로 당시 빈곤층의 삶을 훑는다. 레나는 가난에 허덕이다, 인격마저 파괴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목격한다. 이를테면 공장 매니저와 주말마다 바람을 피우는 옆집 아줌마, 그들의 잠자리를 훔쳐보는 옆집 친구, 어린 시절 당한 학대로 마음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이웃집 오빠 등이 그들이다.

레나 가족 역시 비슷하다. 아빠는 알콜 중독자 수용소에 들어가고, 엄마는 자살을 시도하는 극단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 사이에서 레나는 절규한다.

“우리 같은 아이들에게 무슨 잘 못이 있단 말이에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역시 레나를 통해서다. 레나는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이웃의 아픔을 껴안으려 한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그들을 챙기며 절망을 딛고 일어선다.

30년 전 스웨덴의 빈곤층이라는 소재가 언뜻 우리와는 별 상관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난의 대물림, 어른의 폭력이라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 있게 읽어볼만 하다. ‘절망 속에서 희망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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