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CEO 존 패터슨
괴짜 CEO 존 패터슨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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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안 드는 직원에게 도끼 투척까지

[북데일리] 1913년 마이애미 강이 폭우로 넘쳤을 때 일이다. 당시 세계 최고의 금전등록기 회사였던 NCR의 직원들은 분주했다. 보트와 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금전등록기회사에서 웬 빵과 보트? 신간 <생각이 부를 결정한다>(무한. 2008)이 그 사연을 소개한다.

NCR의 창립자이자 사장인 패터슨은 갑작스런 명령을 내렸다. 그는 회사가 있는 데이턴 지역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즉시 살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급기야 재방이 터져 이재민이 속출했다. 이들 중 수백 명은 NCR 직원들이 만든 275대의 보트와 2,000개의 빵 덕에 목숨을 건졌다. 만약 NCR이 없었다면 300여 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뻔 했다.

국가적 재난을 막은 공로로 패터슨은 ‘졸지에’ 국민적 영웅이 됐다. 그 전까지 그는 폭군으로 취급 받았다.

수해가 나기 직전의 일이다. 그를 비롯해 NCR임원 29명은 법정에 섰다.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였다. 패터슨은 깡패를 동원해 경쟁기업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를 막았고, 불량품에 경쟁기업의 로고를 붙여 파는 등의 횡포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기업 내부에서의 횡포는 더 심했다. 자동차 시동장치와 디젤 엔진을 개발한 미국의 발명가 찰스 케터링은 패터슨이 던진 도끼를 5번이나 받은 경험이 있다. “왜 오늘 국기가 걸려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못했다고 해고당한 사람도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건강염려증이 심했던 그는 스스로 ‘유해식품’ 명단을 발표해 직원 중 누구도 명단에 오른 식품을 못 먹게 했다. 명단에는 빵, 버터, 차와 커피, 소금과 후추가 속해 있었다. NCR의 임직원들의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체중을 재고,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음식을 32번 씹어서 넘기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임원들은 책상 안에 든 물건이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일도 여러 번 겪었다. 황당해하는 그들에게 패터슨 단 한 마디만 했다.

“새롭게 시작합시다.”

이랬던 그가 재난을 극복한 영웅이 됐으니 세상은 얼마나 놀랐을까. 감동한 당시 법원은 재심을 명령해 회생의 기회를 줬다. 결국 패터슨과 임직원들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치하를 받으며 전원 사면됐다.

이렇게 그의 기행은 일단락 됐을까. 아니다. 패터슨은 또 한 번 돌출행동을 벌였다. 그는 자신과 법정에 섰던 임원들을 모두 해고했다. 그 중에는 훗날 IBM을 세운 토머스 왓슨도 있었다.

책은 역사 속 부자들을 좋은 부자와 나쁜 부자로 나눠, 어떤 부자가 되어야 옳은지 묻는다. 또 부자와 졸부는 구별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패터슨은 나쁜 부자에 속한다. 책을 쓴 부자학연구학회는 앤드류 카네기, 록펠러, 평양의 여성부자 백선행, 조선의 첫 여성 CEO이자 자선가 김만덕, 거상 임상옥 등을 꼽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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