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서경영 특강’에 1인 60만원 혈세?
[기자수첩]‘독서경영 특강’에 1인 60만원 혈세?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6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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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2,500만 원짜리 ‘럭셔리’ 독서 경영 특강에 대해 말이 많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는 ‘제2회 최고 경영자 독서 경영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할 업체를 지난 2일 공모했다.

간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중견기업 CEO를 초청해 특강을 열고, 독서 경영 도입 사례를 발표하며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참석 인원은 40명, 진행 시간은 약 4시간이다.

이번 특강의 목적은 CEO의 독서 경영 중요성 인식을 통한 직장 내 독서 활성화다. 직원들에게 책을 읽혀 기업 성장과 사회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 기업의 도서 구매로 출판계를 지원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나쁘지 않은 발상이다. 헌데 이걸 공공기관인 간윤에서, 그것도 2,500만원의 거금을 들여 할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간윤의 수입이 전액 정부보조금에서 나오고, 이는 한 푼도 허투루 써선 안 되는 나랏돈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사실 독서 경영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독서 경영에 관한 책은 수십 권에 이른다. 독서 경영을 도입해 효과를 거뒀다는 기업의 사례도 한 두 개가 아니다. 독서 경영이 화두인 점을 고려해 이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설 기관도 여러 개다. 책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독서 경영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CEO들에게 독서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시킨다며 혈세를 들여 판을 벌린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혹 독서 경영을 신경 쓸 여력이 안 되는 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모르겠다.

간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초청 기업은 삼성문화재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KT, 삼성전자, 포스코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이다. 자체적으로 독서 경영을 지원하고 도입할 여력이 충분한 기업의 CEO들이다.

특히 일회적인 행사에 수천만 원을 들이는 상황을 일반인이 이해하긴 힘들다. 참가 인원 당 약 60만원 꼴이다. 이는 민간에서 CEO를 대상으로 한 독서 오찬모임이 대부분 자비를 털어서 오는 유료 행사인 점과 너무나 대비된다.

분명 독서 경영 관련 교육은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하지만 잘 나가는 CEO들, 독서경영에 누구보다 더 잘 알 CEO들을 모아두고 거금을 퍼붓는 것은 왠지 꺼림칙하다. 간윤의 이번 행사가 전시 행정으로 비춰지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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