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임재천이 맡았다.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한국판)’과 ‘포토넷’ 등의 잡지에 사진을 기고하고,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공저)를 낸 바 있는 사진가다.
책에서 그는 8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찍은 풍경 사진 187장을 소개한다. 모두 흔한 소재지만 울림은 작지 않다. 사람 냄새 덕이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낸 각 사진은 일상의 모습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감동을 준다.
필진은 화려하다. 시인 고은을 비롯해 소설가 조경란, 김연수, 강석경, 시인 강정, 곽재구, 한승원 등이 서울, 인천, 춘천, 보령, 목포 등 23개 도시에 대한 글을 썼다.
이중 김연수와 조경란은 서울을 추억한다. 김연수는 삼청동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좁은 우주”라고 회상한다. 조경란은 17살에 만난 첫사랑, ‘광화문’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녀는 “지금도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간다”고 고백한다.
고은과 한승원은 이름값에 걸 맞는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한다. 고은은 군산이 일제 식민 지배와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을 통해 어떻게 대도시로 변해갔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면서 “도시는 나의 외국이고 타자”라며 대도시의 비인간성을 꼬집는다. 한승원은 대하소설 <동학제>와 장편소설 <다산>을 쓰기 위해 답사했던 나주의 역사를 들려준다.
맛집과 관광지 소개에 주력하는 기존 여행서에 질린 독자라면 읽어볼만 하다. 외국에 비해 국내에는 볼 게 없다는 편견을 가진 독자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새로운 여행계획이 세워지지 않을까 싶다. 저자 역시 그걸 바란다.
“사진들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재발견하게 될 주체는 바로 당신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사진과 마주하여, 오늘의 풍경과 이미 사라진 풍경들, 앞으로 없어질지도 모를 풍경들에 관심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 홀로 풍경 앞에 섰을 때 비로소 감동할 준비가 된 것이다. 글로 먼저 도시를 느끼고, 사진으로 그 도시를 음미하시길. 나의 도시를 당신의 풍경으로 채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