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전신마비 과학자 이상묵 씨의 '기적'
[화제의책] 전신마비 과학자 이상묵 씨의 '기적'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09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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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그램의 희망' 역경딛고 교수직 복귀한 사연

[북데일리] 여기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이 있다. 주인공은 이상묵 씨. 그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목 아래를 전혀 쓸 수 없어,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한다.

그런데 직업이 교수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그의 직함이다. 이 교수는 휠체어를 탄 채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고 관련 분야를 연구한다. 그의 손을 대신해 주는 건 입에 무는 마우스다. 한 번 빨면 클릭, 두 번 빨면 더블클릭, 불면 오른쪽 클릭이다. 그런 식으로 그는 세상과 만나고 일을 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이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몸, 좌절하고 무너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그는 다시 일어선 걸까. 신간 <0.1 그램의 희망>(랜덤하우스. 2008)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저자인 강인식 기자가 이 교수의 진술,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엮어 낸 책이다.

이 교수는 촉망받는 학자였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을 졸업하고 MIT-우즈홀 공동박사학위 과정 입학해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우즈홀과 영국 더램대학교의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에는 1998년 들어왔다. 한국해양연구원 선임 및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첨단 해양탐사선 온누리호의 수석과학자를 역임했다. 2003년에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던 중 비극이 찾아왔다.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미국 야외지질조사 프로젝트. 거기서 그는 조사과정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7월 3일이었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그의 몸은 예전과 달랐다. 척추가 손상돼 머리를 제외하곤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전신마비였다.

그는 절망했다. “왜 여기까지 오게 해 놓고 갑자기 무대에서 끌어내리느냐”며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생의 끊을 놓지 않았다. 지난 44년 간 자신이 해를 끼쳤던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반성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다.

겨우 6개월 만에 그는 복귀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교수는 현재 장애에 굴하지 않고 과학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장애인의 재활과 독립을 돕는 여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나, 살아 있는 신화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할 뿐이다.

책은 이런 이 교수의 삶을 담았다. 그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한편 책 판매로 발생하는 저자의 수입 전액은 ‘서울대학교 이혜정 장학금’에 기부된다. 이혜정은 사고 당시 목숨을 잃은 이상묵 교수의 제자다. 이 교수는 제자를 기리기 위해 5천만 원을 출연,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사진제공=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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