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소설가 손홍규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 이유는 독특하게도 지독한 책 사랑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손홍규는 걸어 다니면서 책을 읽곤 한다. 정신을 책에 묻고 한참을 걷다보면 주변 상황을 잊기 마련. 그 탓에 교통사고를 당할 뻔 했던 적이 여러 차례다. 다행히 그의 말을 빌면 “하느님이 보우하사 아직 살아 있다”.
길거리에서 책을 읽을 정도니 엉덩이를 붙일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건 읽는다. 특별히 주의집중이 필요한 인문서가 아니라면 지하철, 버스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그가 책을 못 읽는 곳이 하나 있다. 도서관이다. 왜? 담배 때문이다. 줄담배를 피워대는 그에게 금연구역 도서관은 너무 불편하다.
그는 전작주의를 고집한다. 한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대표작 하나만 읽는 경우가 없다. 일단 한 번 손대면, 다른 작품까지 모조리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신작을 한 번 읽으면, 이전 작품까지 찾아봐야 불안하지 않아요. 안 그러면 잠도 못 잘 정도에요. 스스로 생각해도 고통스러운 독서방식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읽다보면 주인공의 사랑을 느낄 수 있죠.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삶의 밑바닥에 감춰져 있는 인간의 긍정적인 본성을 발견해 내는 묘미가 있어요.”
중국작가 비페이위의 <청의>(문학동네. 2008)와 <위미>(문학동네. 2008) 역시 근래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비페이위의 작품은 “우리 소설에서 사라져가는 어떤 ‘서사’를 환기시켜 준다”고.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서사’가 흐릅니다. 문제는 우리가 겪는 서사들이 대체로 실업, 카드빚, 영어만능 같은 비극이죠. 그래서 모르는 척 하려해요. 비극적인 드라마를 애써 회피하는 거죠. 비페이위의 소설은 현대인의 삶 밑바닥에 흐르는 비극을 들춰 보여줍니다.”
얼마 전 장편소설 <청년의사 장기려>(다산책방. 2008)를 낸 작가는 현재 숨 고르기 중이다. 한국전쟁에 관한 대하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일테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크다. “소설가에게 생을 바쳐 몰두할 수 있는 어떤 과제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는 손홍규. 그는 천생 작가다.
▶손홍규: 197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4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지금까지 소설집 <사람의 신화>(문학동네. 2005), <봉섭이 가라사대>(창비. 2008),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랜덤하우스. 2006), <청년의사 장기려>(다산책방. 2008)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