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뉴요커의 성경따라 살기
괴짜 뉴요커의 성경따라 살기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8.29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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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해보니 외모도 예수 닮아가...개성만점 책

[북데일리]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1년 간격을 두고 찍은 사진이다. 말끔했던 남자의 얼굴은 1년 동안 면도기와 가위 한 번 대지 않았는지 덥수룩한 모습이다. 발모제 광고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어떤 반대시위라도?

남자의 이름은 A. J 제이콥스.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를 쓴 바 있는 개성강한 뉴요커다. 그가 수염과 머리털을 자르지 않은 이유는 독특하다. 성경대로 살아보는 실험을 1년 간 강행한 것.

‘성경대로 살아가기‘는 말 그대로 성경을 문자 그대로 직접 체험하는 걸 뜻한다. 십계명을 지키고, 생육하고 번성하며, 이웃을 사랑하고, 간음한 자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다.

이 기간 그는 수염과 머리털을 그대로 뒀다. 그러다보니 생김새까지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모세의 모습과 닮게 됐다. 아래는 변해가는 과정을 모은 사진이다.

신간 <미친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세종서적. 2008)은 이런 그의 도전기를 담았다. 책에 따르면 엉뚱한 도전인 만큼 흥미진진한 일도 많았다. 하나 예를 들면 이렇다.

286째 되는 날 그는 패션쇼에 초대 받았다. 위기였다. 성경대로 살려면 욕정을 참아야 하는데 패션쇼는 유혹이 넘치는 곳이었다. 거기서 그는 손수건만한 호랑무늬 스커트와 윗도리, 엄청나게 큰 가슴, 기모노 스타일의 쫙 달라붙는 옷, 가슴팍을 두른 큰 고무밴드에 눈길을 빼앗겼다.

어떻게 했을까. 그는 부단히 노력했다. 상대 여자를 어머니라고 생각하거나, 성경 구절을 외우며 딴 생각에 몰두했다. 자신은 시골뜨기로, 상대 여성은 공주마마로 여기며 감정을 억제하려했다. 여자의 육체가 아닌 ‘여자의 사촌은 몇 명?’ 따위의 말을 떠올렸다.

결과는 성공. 그는 욕정을 참은 만큼 에너지를 다른 일에 마음껏 썼다고.

“욕정을 자제한 기간 동안 나는 ‘에스콰이어’를 위해 하루에 2천 단어를 쏟아낼 수 있었다.”

선행도 베풀었다. 44일째 되던 날이다. 남성 패션 잡지 편집자로 일하는 그는 실연한 동료에게 와인을 건넸다. 의아해하던 동료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우울해보여서. 성경에 상심한 자에게 와인을 주라고 했거든.”

동료는 기뻐하며 받았다. 제이콥스 역시 마찬가지. 그는 “성경에 오늘처럼 지혜롭고 실천하기 쉬운 계율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웃었다.

책은 이 같은 성경 체험기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매일 어떤 일이 있었고 느낀 바는 무엇인지 솔직하게 담았다.

언뜻 종교서적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괴짜의 좌충우돌 실험 이야기다. 성경과 종교에 대한 치열한 사색 또한 엿볼 수 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흥미를 갖고 읽어볼만한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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