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안한 젊음 파고드는 '출판 상혼'
[기자수첩] 불안한 젊음 파고드는 '출판 상혼'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8.2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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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20대를 위한 책'들...마음의 양식은 어디에

[북데일리] 대한민국 20대는 피곤하다. 당장 취업이 문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배 이상 뛴다. 고용부진은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구직자 절반가량이 취업을 위한 사교육을 받아봤다고 할 정도다. 굳이 각 언론이 쏟아내는 ‘백수’들의 눈물겨운 취업 도전기를 읽지 않더라도, 캠퍼스를 한 번 둘러보면 그 치열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취직을 해도 문제다. 비정규직인 경우 언제 ‘계약해지’ 당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한다. 정규직이라도 순간만 편할 뿐이다. 조직 내 생존경쟁이 그들을 기다린다. 이래저래 고단한 20대다.

이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책이다. 그냥 책은 아니다. 소위 20대를 위해 만들었다는 특정 기획물이다.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20대‘로 검색해보면 수많은 책이 나온다. 그런데 그 제목이 여간 '우악스러운' 게 아니다.

20대보고 자기계발에 매진하라거나, 꼭 해보거나 알아야 할 것은 이런거다라는 식의 제목은 양반이다. 온갖 재테크를 독려한다. ‘펀드투자’는 물론, ‘내 집 마련’, 심지어 ‘땅 투자’에 ‘미쳐서’ ‘명품인생’을 준비하라고 외친다. 그냥 하면 안 된다. ‘독하게’해야 한단다.

이뿐만이 아니다. 20대에 ‘인생이 결정’된다는 무시무시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쯤 되면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뭐부터 손을 대야할지 헛갈린다. 넋 놓고 있다가 자신만 도태되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

다 좋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다만 씁쓸하다. 20대에 미쳐야 할 대상이 재테크 밖에 없고, 20대에 꿈꿔야할 미래가 명품인생밖에 없는 것 같은 서점 분위기가 말이다. 그런 책들이 뿜어내는 공기가 20대를 더 지치게 하고, 주눅 들게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특정시기 나오는 책들을 살펴보면 그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재테크서적이나 자기계발서가 다른 장르에 비해 많이 출간되는 건, 그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증거다.

그런데 20대를 위한 재테크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정말 20대의 관심을 반영한 것일까. 혹 불안해하는 20대의 마음을 노리는 얄팍한 상술은 아닐까. 20대는 충분히 피곤하다. 마음의 양식 대신 서점 중앙 매대에 잔뜩 쌓인 '유혹의 손길'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문화를 바꿔야 한다. 팔고보자는 상혼이 길게보면 출판계를 골병들게 한다.  고객이 책을 신뢰하지 않으면 출판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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