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절박한 충고 '단순하게 살기'
우리사회 절박한 충고 '단순하게 살기'
  • 김용수 시민기자
  • 승인 2008.08.13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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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단순하고 소박하며 온전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온전하게 산다는 말은 순리대로 산다는 말이다. 온전하게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온전하게 산다는 것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내 정신으로 깨어 있다는 말이다.

바쁘게만 살아온 우리들에게 잠시 나 자신과 우리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작은 책이 있어 관심을 끈다. 로마시대의 뛰어난 지성으로 기독교 신앙을 정립하고 경건한 삶으로 믿음을 실천해, ‘교회의 아버지’로 불리는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설교 모음집 <단순하게 살기>(아침이슬.2008)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의 설교 중에서, 특히 경제 정의와 사회 정의, 신앙인의 자세, 결혼생활, 진정한 우정, 전쟁 등을 주제로 한 84편의 글을 담았다.

312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제국의 공식 종교로 선포하자 주교와 사제들은 갑자기 권력과 부를 움켜잡게 되었다. 수세기 동안 박해와 가난으로 신음하던 사람들이 돌연 사회의 특권층에 진입하여 호화스런 집을 짓고 비싼 옷자락을 날리며 거들먹거렸다.

그러나 이런 기독교의 갑작스런 변화에 오히려 아연실색하여, 그리스도께서 가르치고 실천한 단순하고 가난한 삶과 널리 베푸는 삶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함으로써 ‘황금의 입을 가진 사람’ 이라는 별명을 얻은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있었다.

서기 347년 로마 제국의 중요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안티오키아의 귀족 가문에서 출생한 요한은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독교에 귀의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설교하는 일에 자신을 바쳤다. 황제와 귀족, 교회와 부자들을 향해 사회정의와 경제정의의 실천을 요구하는 통렬한 사자후를 통해 그들의 미움과 핍박을 받고 마침내 유배의 길에서 죽음을 맞는다.

재물과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도층, 약자들보다는 강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는 교회 인사들, 신뢰와 사랑을 잃어가는 가족 공동체 등, 요한의 통찰은 4세기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흡사하다.

요한은 위장된 물신주의와 권력을 향한 끝없는 탐욕으로 이지러져가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사회가 아무리 병들어가도 그것을 치유할 희망은 바로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불행의 뿌리와 해결책은 내 마음에 있으며, 인간의 탐욕과 집착이 불행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탐욕과 집착은 재물이나 권세처럼 눈에 보인 것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남들로부터 덕망 있는 사람으로 존경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명망에 대한 집착으로 바뀐다. 존재의 본성이어야 할 덕목마저 소유의 대상이 되어, 그런 욕망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쉽게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더욱 거칠고 사납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람의 행복은 자기 속을 들여다보는 데서 비롯되는데, 지금 가진 것으로 만족하고 그것을 즐길 줄 알게 되면 탐욕이 감사로 바뀌고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요한은 어떤 주제를 다루든 피상적인 현상아래 감추어진 본질을 통찰하고, 소박한 언어와 단순한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1,6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의 삶을 바꾸었던 지혜의 샘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84편의 짧은 설교 하나하나의 그 내용이 오늘 21 세기를 사는 한국사회와 교회에 주는 절박한 충고 같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옮긴이 ‘이 현주 목사“의 말은 책을 읽는 사람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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