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이런일이] 물고기 생피 마시며 '76일간의 사투'
[책속에이런일이] 물고기 생피 마시며 '76일간의 사투'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8.12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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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서 조난 캘러헨의 실화...삶의 집념 감동

[북데일리] 망망대해에서 76일간의 표류 끝에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람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17년 전, 대서양 한복판에서 고무보트에 몸을 의지해 두달 반을 버틴 남자가 있었다. 미국인 스티븐 캘러헨이 그 주인공. 신간 <표류>(황금부엉이. 2008)는 그의 체험을 담은 생존기다.

1981년 2월. 캘러헨은 대서양 1인 횡단에 도전했다. 영국의 ‘미니-트랜새트’대회에 참가한 그는 소형 범선에 몸을 싣고 의기양양하게 바다로 나갔다.

6일째 되던 날 밤, 비극이 찾아왔다. 고래와 충돌하며 배가 산산조각 난 것. 다행히 구명선인 고무보트에 올라타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지옥 같은 표류가 시작됐다.

무엇보다 식수와 식량 부족이 문제였다. 3리터의 물, 땅콩 300그램, 콩 통조림 450그램, 콘비프 300그램, 물에 젖은 건포도 300그램이 전부.

처음엔 하루에 물 250밀리리터만 마셨다. 20일 정도만 버티면 구조될 수 있으리라 믿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생각이었을 뿐, 현실은 가혹했다. 갈증과 굶주림은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했다. 그는 당시를 “굶주림은 마녀이며, 갈증은 그녀의 저주”라고 회상했다.

끈질기게 참았지만, 날이 갈수록 고통은 심해졌다. 물과 식량 말고 다른 문제가 연달아 불거졌다. 먼저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낮 더위가 그를 괴롭혔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상어 또한 캘러헨을 불안에 떨게 했다. 시시때때로 치는 파도는 보트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가지고 있던 장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망가졌고, 급기야 고무보트에 구멍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캘러헨에게 가장 큰 행운은 작살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부지런히 물고기를 사냥해 식량을 조달했다. 잡은 물고기를 생으로 먹거나, 말려 먹었다. 갈증 해소를 위해 거침없이 물고기의 생피를 마시고 눈알을 깨물었다. 또한 증류기를 만들어 부족한 식수를 보충했다. 철분을 섭취하려고 땅콩 캔에 붙은 녹을 긁어서 먹었다.

그렇게 76일을 싸웠고, 결국 프랑스령 섬인 마리 갈랑트에 도착하면서 길고 길었던 여행을 끝냈다. 그 마지막 순간을 캘러헨은 이렇게 묘사했다.

“76번째 날 동이 튼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 믿어지지 않는다. 온통 녹색 천지다. 몇 달 동안 파란 하늘, 파란 물고기, 파란 바다만 보던 끝에 눈앞에 드러난 선명한 녹색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책은 바다에 버려진 채 홀로 사투하는 모습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그의 삶에 대한 집념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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