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역사가 지운 자들이 입을 열다
[정보화] 역사가 지운 자들이 입을 열다
  • 정보화 시민기자
  • 승인 2008.08.0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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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뚜벅 뚜벅. 25명의 인물들이 한 사람씩 걸어 나온다.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해주러왔단다. 무슨 이야기를 못해 지금 우리 앞에 선 것일까!

역사는 이긴 자의 글이다. 승리자를 위해 포장되고, 패배자에게는 죄를 덧씌우기도 한다. 여기 주류에 편입되지 못해 역사가 죽인 사람들이 있다. 이덕일의 신작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한겨레출판사.2008)는 역사책의 이면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 편의 역사서와 역사소설을 펴내며 우리의 과거를 맛깔 나게 버무려 온 이덕일. 언제나 강조했던 ‘숨겨진 역사의 뒷면 살펴보기’는 이번 책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많은 인용문과 한자어가 뒤섞여 마치 국사 교과서를 읽는 기분도 든다. 그러나 재미있다. 대중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의 솜씨다.

소개하고 있는 25명은 한 번쯤 들어봄 직한, 그러나 주류와 달라 그 뜻을 다 펼치지 못한 인물들이다. 1부 ‘중화라는 이름의 감옥을 깨다’ 에는 사대부에 반기를 든 지식인들이 나온다. 2부 ‘신선한 공기는 죽음보다 감미롭다’는 보수적인 시대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킨 도전자들의 기록이다.

3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는 실리 없는 문(文)에 충실했던 시대에 노동을 삶으로 끌고 온 선구자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4부 ‘내가 가면 길이 된다’ 를 통해서는 시대와 싸워 자신의 길을 지켜나간 자들의 뜻을 기린다.

시대가 원하는 학문을 하고, 믿음을 가지면 편하게 살 수 있던 재능 있던 사람들이다. 왜 그들은 자신의 욕심을 뒤로 한 채 대의를 위한 길을 지켜나간 것일까.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후손들이 알아줄 것임을 기대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나의 생각이 옳다 여겨져 힘든 길도 기쁘게 걸어가는 것이다." 긴 역사의 굴을 뚫고 나온 25인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 누가 알아주길 바래 외친것이 아니었다. 물론 생각과 행동으로 나라가 변하길 꿈꾸었지만 자신의 욕심에 시대와 싸운 것은 아니었다.

정사(正史)라고 믿고 있던 역사가 뒤틀리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책 한 권을 무사히 마쳤을 때 우리의 역사 속에는 이런 흐름도 있었구나 라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된다.

기록이란 언제나 정확하다고 여겨지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 쓰여지는 글이다. 여태 배워 온 정사가 맞는지, 새로이 알게 된 야사가 맞는지를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먼 길을 걸어 현재 우리와 만난 인물들을 통해 지금의 역사를 써나가는 것이 진정 중요한 일은 아닐까.

과거, 역사가 지운 도전자들. 지금, 다시 버림받는 시대의 도전자들에게 뜨거운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부디 시대의 흐름에 지지 말기를.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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