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과 무관한 우리의 명당 33곳
땅값과 무관한 우리의 명당 33곳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8.06 0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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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바닷가...이 곳선 누가 신선이 되지 않을까

[북데일리] 문화사학자 신정일은 걷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다. 문화유산답사를 목적으로 전국을 떠돌았고, 남한의 8대강을 따라 걸었다. 조선시대 옛길인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를 둘러보기도 했다. 산 또한 많이 탔다. 그는 무려 400여 개 산에 올랐다. 그렇게 약 20년의 세월을 보냈고, 발품을 팔아 쓴 책만 수십여 권에 이른다.

이렇게 평생 전국을 훑고 다닌 사람이라면 땅을 보는 안목도 남다를 터. 그가 생각하는 명당은 어떤 곳일까.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랜덤하우스. 2008)을 통해 그 답을 내놨다. 책은 그가 꼽은 명당 33곳을 모았다.

선정 기준은 특별히 없다. 저자 개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임의로 판단했다. 굳이 따지자면 ‘인심’과 ‘자연과의 교감’을 들 수 있다. 그는 서문에서 “땅값의 높낮이와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며 “대부분의 지역들이 산천이 수려하고 아름다우며, 역사 속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삶터를 영위했던 곳”이라고 말한다. 또 “어느 때 가도 마치 고향에 돌아온 사람을 감싸 안아 주듯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이고, 살아야 할 곳”이라고 덧붙인다.

책은 특정 지역을 소개하며 그곳에 살아야만 하는 당위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등급을 매기는 일도 없다. 경제적 가치 역시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거나, 역사적 사건을 연결해 설명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 글이 맛 난다. 살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쭉 도시에서만 생활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통영의 바닷가에 낙조가 내려앉으면 주변 풍광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만선의 꿈을 안고 나갔던 배들이 꿈길처럼 아득한 주황색 바다를 가르며 하나둘 포구로 들어온다. 하늘도 바다도 산도 온통 주황으로 물들어 있다.(중략)뱃고동 소리와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이런 곳에서 한 시절을 보낸다면 어느 누가 신선이 되지 않을까.”

여행서의 실용성과 인문학적 깊이를 가진 책이다. 행여나 이 책을 본 투기꾼들이 소개된 지역에 몰려들어 물을 흐리지 않길 바란다. 저자가 살펴본 33곳의 명당, 그대로 놔두면 더 없이 좋을 곳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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