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책] 촌철살인 정치풍자 만화 '각하'
[숨은책] 촌철살인 정치풍자 만화 '각하'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8.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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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과 단순한 그림, 무능력한 권력 신랄 비판

[북데일리] 생각과 의견을 전달할 때, 장황한 문장과 화려한 수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짧은 글이 더 강렬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한 마디 말로 핵심을 꼬집어 내는 능력, 이를 사람들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고 표현한다.

정치풍자 만화 <각하>(삼인. 2007)는 이런 촌철살인의 미학을 보여주는 숨은책이다. 저자 마치다 준은 짤막한 글과 단순한 그림으로 무능력한 정치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작품의 배경은 ‘불량배 국가’라고 이름 붙인 가상의 공간이다. 주인공은 각하와 잭 장관이다. 여기서 각하는 세계 각 국의 지혜롭지 못한 권력자들의 분신이다. 그를 보필하는 잭 장관은 각하의 정치를 비웃고 비트는 역할을 한다.

둘은 언뜻 ‘쿵짝‘이 잘 맞아 보인다. 잭 장관은 각하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겉보기에만 그럴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잭 장관은 모르는 척 천연덕스럽게 각하를 궁지에 빠뜨리고 조롱한다. ’무용지물’ 편을 보자.

추운 겨울의 어느 거리. 거기에는 집 없는 빈민들이 모여 있다. 각하는 그들이 왜 차가운 날씨에 밖에 모여 떨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자 잭 장관이 냉큼 알려준다. 살 곳이 없어서 그렇다고.

이를 들은 각하는 쓸모없는 정부시설 중 하나를 골라 그들에게 빌려주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잭 장관은 각하의 집무실을 개방한다.

각하는 왜 자신의 집무실을 내줬냐며 호통 친다. 잭 장관은 그곳이야 말로 쓸모없는 장소기 때문에 그랬다고 대답한다.

이 짧은 이야기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력자들은 시민들의 안위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사태 파악에도 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내용을 단 두 페이지에 담았다. 대사도 길지 않다. 그림 역시 최소한의 표현뿐이다.

책에는 이 같은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이를 읽으면서 독자는 적지 않은 통쾌함을 맛 볼 수 있다. 한바탕 웃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정치 현실에 대한 씁쓸함도 느껴진다.

다음은 책 마지막 장에 실린 저자의 말 중 일부다. 이 책을 쓴 계기이자, 갈수록 퍽퍽해져가는 현실 속에서 문학을 비롯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지금, 이 나라는 빛을 잃고 있다. 소년들은 노숙자를 덮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고, 회사가 도산해도 정치가는 “개혁을 위한 통증”이라는 한마디뿐,- 중략- 결국 세계가 퇴색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문학이나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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