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경주 남이 못본 '동경' 여행기
시인 김경주 남이 못본 '동경' 여행기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8.04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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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레인보우 동경'...구석구석의 '틈' 성찰

[북데일리] 시인 김경주가 산문집 <레인보우 동경>(넥서스북스. 2008)으로 돌아왔다. <패스포트>(랜덤하우스. 2008)에 이은 두 번째 산문집이다.

이번에 그가 밟은 곳은 일본 동경이다. 혼자는 아니다. 죽마고우 친구 문봉섭 영화감독이 함께 했다. 글은 시인이, 사진은 문 감독이 맡은 식이다.

“이 책은 우리가 동경을 틈나는 대로 여행하면서 보았던 동경의 틈들이다.”

책은 ‘틈’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틈은 저자가 첫 장에서 밝히듯 일본의 마니아 문화와 동경의 구석을 뜻한다. 그러나 좀 더 샅샅이 들여다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시인이 말하는 틈은 작고 주변적인 모든 것이다. 소소한 일상, 스치는 풍경, 어떤 대상에 대한 짧은 감상, 까먹어도 좋을 사소한 기억, 흔하게 굴러다니는 사물, 깊숙이 숨겨둔 추억 등 온갖 틈을 엮었다. 저자는 이를 ‘채집‘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시인의 이름값과 보기 좋게 꾸며진 책의 스타일에 기댄 단순한 ‘수집’은 아니다. 하나하나 의미를 덧대고,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속이 꽉 찬 글들의 묶음이다. 다음은 분홍을 주제로 한 글의 일부분이다.

“사이에 있는 색은 언제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이를테면 분홍이 주는 매력 또한 거기에서 연유한다. 사이에 있는 색은 언제나 ‘떠 있는’ 색이다. 분홍은 붉음이 머금은 물기이다. 세상의 모든 색깔들은 잠시라도 분홍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레인보우 동경>은 여타 여행 관련 책과 ‘다르다’. ‘여행지의 구석구석을 훑었다’는 식의 카피를 내건 흔한 여행서와 ‘다르고’, 절제하지 못한 감성이 넘실대는 숱한 여행 후기와도 ‘다르다’.

<패스포트>에 비해 이번 작품은 쉽게 읽힌다. 시인은 펜에 힘을 뺐고, 개인사도 자주 등장시킨다. 그 덕에 사람 냄새가 나고, 읽는 내내 편하다. 만약 전작에서 독해의 어려움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번에는 안심하고 읽어도 좋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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