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쟁은 이미 학교에서 치렀다"
"내 전쟁은 이미 학교에서 치렀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7.23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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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흉포함과 인간 야수성 보여주는 성장소설

[북데일리] 신간 <분리된 평화>(현대문화. 2008)는 독특한 성장소설이다. 작가 존 놀스는 보통의 성장소설이 보여주는 십대의 방황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 성장해가는 인격 등을 그리지 않는다.

그는 일상의 평화를 깨는 전쟁의 흉포함과 인간 내면에 감춰진 폭력성에 주목한다. 단순히 성장소설로 못 박기에는 애매한 주제다.

작품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뉴잉글랜드의 ‘데번 스쿨’. 평화롭기만 하던 이곳은 전쟁이 발발하면서 변해간다.

먼저 떠들썩하던 학교는 학생들의 징집 혹은 자원입대로 텅비어간다. 놀이와 운동에 목을 매던 아이들도 차츰 전쟁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서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에 혼란스러워 한다. 등장인물 중 레퍼같은 경우는 입대 후 적응에 실패해 정신병을 앓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전쟁이 평온한 일상을 어떻게 깨부수는지 보여준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진과 피니어스다. 이들은 룸에이트로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하지만 캐릭터는 확연히 다르다. 진은 공부에 재능을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평범한 아이다. 반면 피니어스는 공부보다는 운동에 관심이 많다. 리더십 또한 출중해 학우들을 이끌며 중심에 서려 한다.

진은 이런 피니어스를 질투한다. 눈에 보이는 게 아닌 가슴 속 깊이 숨겨둔 은근한 시기심이다.

꽁꽁 감춰뒀던 진의 마음은 이야기 중반 폭발한다. 진은 나무 위에서 다이빙을 시도하던 피니어스를 나무를 흔들어 방해한다. 결국 피니어스는 떨어지고 다리를 쩔뚝이는 장애를 갖게 된다. 이후 진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위태롭게 자신을 다스리던 피니어스는 자살을 택한다.

이 같은 폭력성이 진에게만 보이는 건 아니다. 또 다른 친구 브린커는 피니어스가 다치고 나서 새로운 리더로 올라서기 위해 거친 언행을 일삼는다.

이처럼 작가는 진을 비롯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야성적인 본성을 부각시킨다. 다음 진의 독백은 속죄의 말임과 동시에 그 본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적에게 강렬한 증오심을 키우지 않았다. 내 전쟁은 내가 군복을 입기 전에 끝났으니까. 학교에서 이미 전쟁을 치렀고, 거기서 내 적을 죽였다.”

한편 책은 윌리엄 포크너상과 로젠탈상을 수상했다. 1972년에는 영화로 2004년에는 TV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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