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댓글 시인 제페토 ‘청년이 빠져 죽은 그 쇳물 쓰지 마라’
[신간] 댓글 시인 제페토 ‘청년이 빠져 죽은 그 쇳물 쓰지 마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9.09 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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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쇳물 쓰지 마라>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3일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용답역 간 장안철교에서 작업중이던 박모씨(29)가 추락해 소방 관계자 등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우형찬 서울시의원 제공)© News1]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억울한 죽음이 계속된다. 지난 3일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 장안철교에서 작업 중이던 박모(29) 씨가 추락해 숨졌다.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청년들 소식은 마음을 뒤흔든다.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댓글’이 있다. 제페토라는 닉네임을 쓰는 누리꾼은 안타까운 기사에 시로 댓글을 단다. <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2016)는 추모와 통탄의 조각들이 모여 이뤄진 책이다.

저자는 지난 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용광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망한 기사에 시 형식의 댓글을 남기면서 알려졌다.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 그 쇳물은 쓰지 마라. //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 바늘도 만들지 마라. //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 그 쇳물 쓰지 말고 /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 가끔 엄마 찾아와 /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

그 후로 시인은 지금까지도 7년간 댓글 시를 쓰고 있다. 뉴스 기사에 시 형식의 댓글을 남긴 발상도 특이하지만, 시에 녹아 있는 아픔을 향한 시선은 따뜻하다. 수많은 이들이 제페토 댓글에 감동한 이유다. 임금을 체불당한 일용직 노동자의 무력한 고공 시위 기사에 단 댓글 시도 그렇다.

사는 건 때때로 / 차암 못 할 짓 // 내 돈을 주오 // 힘없는 가장 노를 / 차암 못 할 짓 // 내 돈을 주오 // 어서 집에 가야 하는데 / 면목 없는 얼굴은 / 해와 함께 떨어져 / 캄캄하기만 하고 / 실낱같은 기대마저 / 막잔에 꿀꺽 삼켜버렸으니 / 이를 어쩌면 좋은가 // 그 돈 아니어도 죽지 않을 사장님 / 내 돈을 주오 -‘체불’

무례한 댓글이 난무하는 요즘 댓글 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린 게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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