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를 통해 본 ‘진정한 보수주의’
맹자를 통해 본 ‘진정한 보수주의’
  • 북데일리
  • 승인 2008.06.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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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맹자(孟子)>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낯선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맹자의 주장은 평범한 일상을 반대합니다. 즉 “ 몰래 아버지를 업고 도망쳐 바닷가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즐거워하면서 천하를 잊었을 것이다.”(「진심 상」25)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어떤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데 오늘날 법치국가라는 것을 고려해볼 때 법(法)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맹자는 법보다는 부자(父子) 간의 인륜을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맹자를 보수주의자(保守主義者)라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그린비. 2008)을 오히려 진보주의자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맹자의 관점에서 보면 진보주의자들은 경제적 인간입니다. 반면에 보수주의자들은 도덕적 인간입니다. 경제적 인간이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도덕적 인간은 바로 인(仁)과 의(義)를 중요시 합니다. 결국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곧 도덕적 인간의 최상인 군자(君子)입니다.

맹자가 보수주의자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전국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거로 되돌아가라고 합니다. 전국시대에는 부국강병이 목표인 전쟁의 시대였으며 종법질서에서 횡법질서로 변화되었습니다.

또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기반이 와해되어 개인의 가치가 발달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상하관계에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갔습니다. 그런데도 맹자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바로 인륜(人倫)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맹자가 말한 인륜은 성선설(性善說)입니다. 성선설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착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선한 사람도 있고 악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맹자가 말한 성선설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 해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고난 바탕을 따른다면 누구나 선하게 될 수 있느니 이것이 내가 말하는 본성이 선하다는 의미이다. 사람이 선하지 않게 되는 것은 타고난 바탕의 잘못이 아니다.”(「고자 상」6)고 합니다.

덧붙이면 우리가 현실에서 사람에 대해 선하다 혹은 악하다 하는 것은 타고난 본성(善)이 아니라 도덕적 본성(德)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착하다는 것은 타고난 본성을 양성(養性)해야 합니다.

이러한 맹자의 윤리철학이 정치철학으로 실현되면 ‘왕도’(王道)가 되는 것입니다. 왕도는 도덕적인 마음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패도(覇道)는 힘으로써 백성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맹자는 패도정치를 행사하는 군주를 왕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사내(夫)라고 하면서 누구라도 왕도정치를 하면 천하의 왕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맹자의 사상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수주의자라고 해서 뜻밖이었는데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하는 저자의 획기적인 견해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보수주의는 진보주의에 비교하면 시대에 역행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깁니다. 사회가 나날이 진보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의 삶이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맹자는 “입이 좋은 맛을 추구하고 코가 좋은 냄새를 추구하는 것은 본성에 속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명(命)이므로 군자는 그것을 본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부자간에 인(仁)이 있는 명에 속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본성에 있으므로 군자는 그것을 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진심 하」24)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외부적인 노력에 의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명입니다. 반면에 내 자신이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본성인 것입니다.

이렇듯 맹자는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이 게을러진 것을 꾸짖고 있습니다. 맹자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전통에서 참다운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구의 가치가 갈수록 팽창하고 있는 현실에서 맹자의 사상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우선적으로 도덕적 인간에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보수주의 예언자 버크가 <성찰>에서 “자신들의 조상을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후대를 전망하지 않는다.”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임재청 시민기자 ineverl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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